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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좋은 아이

by 이윤지


“엄마! 엄마!!”

이제 막 킥보드를 타기 시작한 아이는
엉거주춤 한 발을 구르며 달려가다
벌써 몇 번째 멈추어서서 나를 부른다.

“어 가고 있어. 무슨 일인데?”
“이거 봐 이거어! 부농색 진다래!!”
“와 예쁘다.”
“이거도 바바 이거! 빠간 꼬오!”
“이건 철쭉이라고 하는거야. 철. 쭉.”
“처! 쭈!”

이 시기에만 들을 수 있는
받침 없는 단어가 참 좋다.

“엄마! 엄마!! 음마아!!!”

요즘 들어 엄마를 초년생 훈련병처럼 불러대는 통에
허겁지겁 뛰는 시늉이라도 하며 달려본다.

“이거 바바 이거! 밍드레야!”

킥보드에서 내려 웅크리고 앉아
낮은 풀숲 구석 어귀에 자리한 민들레를 보고 있다.

어제 아이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오늘 친구들이랑 동화책을 읽어주었는데,
앞으로 나오더니 민들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라고요.
그래서 민. 들. 레. 하고 말해주었어요 어머니.”

집에서도 아이는 민들레 씨가 흩날리는 책을 좋아한다.
“이건 민들레 씨인데 바람이 불면 이렇게 날아가는거야.”

내가 민들레 씨 사진을 향해
후- 하고 불면,
아이도 푸- 하고
종이에 입술을 데어 바람을 보내었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아빠 어디가’ 프로그램을 자주 보았다.
내가 아이를 낳으면 어떤 모습일까?
우리 아이도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상상하며 태교하곤 했다.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는
김성주 씨의 아들 민율이가 처음으로 여행가던 날
차 안에서 길가의 꽃을 보며 감동하는 모습이었다.

“우와! 꼬시 피어따. 꼬옷!!”

그냥 개나리인데 그게 저렇게 신기하고 예쁠까?
우리 아이도 저랬으면 좋겠다.
남산 만한 배에 손을 올리며 소원을 빌었었다.


그 바람이 전해을까,

조용히 엄마의 소원을 더해본다.


이든아,
살랑이는 바람과 따스한 햇살에
잠시 가던 길을 멈추어 서고.

길가의 작은 풀꽃을 보며
“이게 모야?”
물어봐 주는 네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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