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앵무새가 놀러 온다면 아마도 이 말부터 시작할 것이다. 요즘 아이가 하루에도 몇 번씩 들려주는 이 세 마디가 이제는 달팽이관 속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고보면 어릴 적 나도 참 질문이 많았다. 뭐가 그리 궁금한지 선생님을 자주 괴롭혔다. 중고등학생 때는 하루 두 세번은 꼭 교무실에 갔던 것 같다. 6교시 수업 중 다섯 번의 쉬는 시간동안 부지런히 다니다보면 금방 청소 시간이 되어 있었다.
덕분에 계단 운동 만큼은 확실히 했던 것 같다.
중고등학생 때는 문제풀이에 대한 질문이 전부였지만 초등학생 때는 달랐다. 세상 많은 것이 궁금했다. 땅 파는 공사 현장을 볼 때면 '드릴로 끝까지 파다 보면 지구 반대편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 중 한 사람이 우주에 다녀오니 또 다른 형제는 폭삭 늙어져 있더라 하는 과학 만화책을 보았을 땐 '할머니가 되고 우주에 다녀오면 좀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상상해보기도 했다.
초등학생 때 이런 요상한 질문을 드릴 수 있는 선생님이 유일하게 한 분 계셨다. 2학년 때 만난 세 번째 담임 선생님이셨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우리 반 선생님은 한 해에 세 번이나 바뀌었는데 마지막으로 오신 선생님께서는 수업 외에도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알려주셨다. 공자 왈 맹자 왈 말씀과 군자와 소인의 차이를 담은 글을 프린트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
교실 앞 초록 부직포에 커다란 명언을 붙여놓기도 하셨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
매일 저 문장에 대해 생각했다.
'소크라테스가 누구길래 배부른 돼지보다 낫다는 거지? 난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좋던데 내가 잘못된 건가?'
소크라테스가 누구인지 궁금했던 나는 고학년에 올라간 뒤 방송반 친구 한 명과 동네 서점에 가서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사 오기도 했다. 책을 들고는 친구를 데리고 집 앞 공원 벤치로 가서 서로 등을 기대어 앉은 채 책의 첫 장을 조심스레 넘겨보았다.
때마침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고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의 빛깔은 영롱했다. 중간중간 명상하듯 하늘까지 바라봐주니 빨강머리앤에 나오는 앤과 다이애나가 된 것 같았다.
아무래도 관종 DNA는 타고나나 보다. 나의 로망을 실현해준 친구가 천사였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참 부러웠던 풍경. 책을 읽는 여인
"선생님! 작은 돌이랑 커다란 돌이랑 떨어뜨렸는데 왜 둘이 동시에 떨어지는 거예요?"
어느 날 낭랑하게 건넨 질문에, 선생님은 나와 몇몇 친구들을 운동장으로 데리고 가셨다.
화단에서 직접 작은 돌멩이와 큰 돌멩이 하나씩을 주우신 선생님께서는 운동장 한복판으로 걸어가 툭 하고 떨어뜨리며 그 원리에 대해 한참을 설명해주셨다.
나는 돌멩이를 쥐고 있던 선생님의 두 손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큰 돌이 먼저 닿을 것만 같은데 똑같이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은 다시 보아도 신기했다. 사실은 그보다, 직접 이렇게 나와서 성의껏 답변을 해주시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었다.
25년도 넘은 것 같은데 이날이 따뜻한 기억으로 자리한 걸 보면 선생님의 정성이 사랑으로 남은 것 같다.
어린 시절 내가 선생님께 계속 질문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귀찮으신 내색 없이 격려하며 답변해주셨기 때문일 것이다.
질문을 건넨다는 건 상대방이 기꺼이 답을 해줄 거란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방과 후 여러 업무가 쌓여있었을 선생님이 우리를 데리고 운동장으로 나가 뉴턴이 되어주실 땐 어떤 마음이셨을까?
개구리 올챙이 적을 떠올려보니 엄마 이게 모야? 메들리 하는 아이에게 뭐라 할게 아니다.
배부른 돼지가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배고픈 소크라테스의 정신은 목마른 마음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한다는 점에서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줄 것만은 분명하다.
문득 "엄마 이게 모야?" 했을 때 장난으로라도 "으아아아" 절규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가 서서히 배부르고 말지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담번에 아이가 내게 똑같이 물어봐주며는,
당장 중해 보였던 설거지는 잠시 뽀글이 거품으로 남겨두고 내가 좀 안다고 해서 대세에 전혀 지장 없을 톱스타의 연애소식란은 바로 닫아버리고 당장 결제해봐야 한 달 생활비만 깎아먹을 인터넷 쇼핑창에서 바로 나가리라.
어리석은 엄마 때문에 소크라테스 선생님이 비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유아 망원경을 사주었더니 시도때도 없이 망원경으로 개미와 민들레에게 들이대는 아이. 너는 민들레를 보고 엄만 너를 보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