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잠자기 전 아이에게 자동차 방구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날은 왠지 발음 공부를 해주고 싶었다.
어두운 곳에 꼭 붙어 있으니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었다.
유치원 선생님께서 "참새. 짹짹! 강아지. 멍멍!" 하시듯 운율을 넣어 단어를 건네주었다.
“이든아. 엄마 따라 해 봐? 동물원에서 봤었지? 코↗끼↘리↗ !! ”
아이가 힘차게 대답했다.
“코끼리!”
핑퐁핑퐁 잘 따라오는 아이가 귀여워 생각나는 많은 단어들을 말해주었다.
호↗랑↘이↗, 강↗아↘지↗, 독↗수↘리↗ , 사아→과↗, 복↗숭↘아↗, 체↗에↘리↗ !!
그 다음엔 어려운 자동차 이름도 살펴보았는데, 언제 이렇게 컸는지 또박또박 잘 따라주었다.
문득, 아이에게 긍정적인 단어를 들려주고 싶었다. 소망을 담아 힘차게 건넸다.
“행. 복.”
아기 참새처럼 바로 답해주었다. “행! 복!”
“사. 랑.”
역시 핑퐁! 바로 말해주었다. “사! 랑!”
다음 단어는..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그것이다!
“감. 사.”
그런데, 1초도 안되어 나온 아이의 말에 빵 터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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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 니 다 !!”
오잉? "감사"가 아니구? 혹시나 싶어 한번 더 외쳐보았다.
“감. 사.”
아이는 망설임 없이 더욱 파도를 출렁이며 화답했다.
“합↗니↘다↗☺”
으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나는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를 꼭 껴안고 이리저리 뒹굴기 시작했다.
뽀뽀 공격이다!!!! 쪽쪽쪽쪽쪽!!!! 데굴데굴데굴!!!!!! 으히히히히히!!!!!!
어둑한 방안이라 아이의 표정이 보이진 않았지만,
아이는 방금 자신이 한 말 덕분에 엄마가 즐거워한다는 것을 느낀 듯했다.
내가 데굴데굴 구르며 뽀뽀를 할 때마다 연속으로 예쁜말을 날려주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벌써 며칠 전의 일인데 이날의 짧은 추억이 요즘 내 심장을 꽉 채워주고 있다.
엄마인 내가 살아가면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선물은 무엇일까?
사람이 물질적인 욕망에 사로잡히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헛될 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끝까지 채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불완전한 사람이 어떤 환경 속에서도 평온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건네준 신의 선물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아이에게,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선물로 만들어주는 이 고마운 마음을 전해주고 싶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감사를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우리 엄만 참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셨다. 무지개가 뜨면 신나게 나를 부르며 소녀처럼 기뻐하셨고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와 함께 거실에 누워 오롯이 빗소리만 들으셨다. 시원한 빗방울 소리에 피어난 엄마의 아름다운 미소가 아직도 생생하다. 가족 여행을 가면 푸르른 바다에 먼저 환호성을 들려주셨고 내가 작은 상장 하나만 받아와도 우주 최고의 딸을 두신 것처럼 방방 뛰며 기뻐하셨다. 아빠도 마찬가지셨다. 우리 아빠는 지금까지도 나와 동생 앞에서 불평 불만의 말씀을 하신 적이 없을 정도로 만족하며 감사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신다.
나 또한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살아있다는 게 참 감사하구나 싶을 때가 많다. 햇살을 받으며 걷다 보면 두 다리 건강하게 숨쉬고 있다는 사실에 벅차오르기도 한다. 물론, 부족한 마음에 불평하는 날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이 '감사'라는 감정을 느끼고 살 수 있는 것은, 살아계신 주님과 어렸을 적부터 곁에서 몸소 그 모습을 보여주신 부모님 덕분일 것이다.
"감사! 합니다!"
아이가 들려준 이 다섯 글자를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일렁인다.
사실 더 고마운 건 나인데. 하고 말이다.
글을 써보니 온화한 엄마 같지만 아이와의 대치가 시작되면 호랑이가 따로 없다.
이렇게 건강하게 밝게 자라고 있는데 무엇이 걱정이고 무얼 더 바라랴!
아이가 건네준 예쁜 말을 가슴 속에 고이 담아본다.
한번 더 웃어주고. 한번 더 눈 마주치고. 별 일 아닐 땐 한번 더 참아주는 엄마가 되겠노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