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깔 웃으며 시끌벅적 말하는 시간도 좋아하지만 내가 정말 사랑하는 시간은 고요한 침묵의 시간이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을 들으며 인생에 마주했던 따스한 순간들을 떠올려본다. 몽마르뜨 언덕의 화가 할아버지. 로마에서 무심코 마주했던 무지개. 그리니찌 언덕에서 내려다보았던 다정한 연인의 뒷모습. 베네치아에서 해맑은 미소로 비둘기를 따라다니던 꼬마 아이들. 커피를 건네주던 낯선 이의 사랑이 담긴 미소.
내 인생에 가장 고요하고 내면에 귀 기울일 수 있었던 여행이 또 언제였는가 생각해보니 결혼하고 몇 달 후 날아갔던 다낭이 떠올랐다. 공항에서 멀리 떨어져 조용하고 사람도 별로 없던 이곳에서 며칠 동안 모든 것이 느릿느릿한 일상을 보냈었다. 덕분에 가만히 사색하고 풍경의 아름다움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은 투숙객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야외 요가 클래스였다. 몸은 작으셨지만 발성이 매우 단단하고 힘이 있던 요가 선생님께서는 몇 가지 동작을 함께한 후 수업을 마칠 즈음 모두 자리에 누우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몇 분 동안 그저 이 순간을 음미하라고 하였다. 갑자기 주어진 지령에 처음 만난 외국인들은 서로 눈으로 머쓱히 한번 웃고는 모두가 가장 편안한 자세로 자리에 눕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드넓은 강물과 수평선 위에 마주한 구름. 해가 질 녘의 하늘빛과 마침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듯했다.
이 순간이 너무나 아름다워 행복하지만 그것이 발산되는 것이 아닌 그저 내면에서 오롯이 바람의 숨결을 음미하는 경험은 평화를 안겨주었다. 살랑살랑 두 뺨을 간지럽히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넘기며 인생에서 마주하는 행복이란 이런 것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게 다가오는 순간들을 인지하고 나면 어느새 그 찰나는 지나간 일이 되어 버린다. 마치 내 볼을 간지럽힌 바람이 어느새 저만치 가버린 것처럼 말이다.
지금도 다가오는 모든 순간에 "안녕 반가웠어! 잘 가." 고맙게 인사하고 스쳐 보내준다면, 나는 언제나 오롯이 나로서 가장 단순하게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마음과 머리에 쌓아놓은 이런저런 바람과 물결들은 그저 바로 지나버린 순간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마치 내일 훌쩍 어디론가 떠나는 홀가분한 여행자가 될 때,
오늘도 내일도 다가오는 나의 일상은 매 순간 새로움을 맞이하는 설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어느 하루도 어느 하나도 똑같지 않은 진귀한 이 하루하루를 숨 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