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멋져 보이고픈 알량한 마음에게 전하는 고마움

by 이윤지

틈이 나는 대로 스프링노트에 떠오르는 단상들을 적는다. 아이와 블록을 만들다, 소파에서 책을 읽어주다가도 엄마의 팔과 눈동자는 순식간에 두 가지 인격으로 나뉘곤 한다. 두 눈만큼은 아이를 떠나지 않겠다는 어설픈 의지로 시선은 아이에게 고정하며 생각나는 조각들을 한쪽 손으로 적어 내려가다 보면 자연스레 초점이 흐려진다. 한 번도 아이의 레이다에서 벗어난 적은 없다. 공기의 오묘한 변화를 느낀 아이는 그 근원지를 찾아 시선을 따라간다. 숨바꼭질 술래에게 잡힌 듯 부끄러워진 내 손은 "나도 할래!" 아이의 한마디에 볼펜을 건네고야 만다. 나의 스프링 노트는 엄마의 휘갈긴 글씨들과 아이의 창의적 점선으로 빼곡하다.


아이가 무언가에 깊은 몰입을 시작하면 슬금슬금 실내 자전거로 향해본다. 책 한 권을 꺼내 들고는 30분 후 향할 분침의 숫자를 기억한다. 갑자기 들려오는 페달 소리에 엄마를 바라본 아이는 자연스레 하던 활동을 계속한다. 이따금씩 로봇을 변신해달라는 요구엔 바퀴를 돌리며 로봇 아저씨 머리를 빼주거나 까다로운 로봇 발톱을 꺼내 준다.


밤중 아이가 잠들고 나면 결연하게 안경을 쓰고는 노트북으로 향한다. 전투를 향하는 전사의 발걸음 같기도 하고 놀이동산 도착에 들떠 달려가는 아이의 흥분한 발걸음 같기도 하다. 카톡으로 보낸 독백의 조각들을 정리한 뒤 세상에 노트북과 나 둘 뿐인 듯 글을 적어 내려 간다.


오늘은 생각지도 못하게 자유 시간이 생겼다. 광복절 특사라며 몇 시간 나갔다 오라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제안이었다. 너무나 기뻤지만 왠지 미안하기도 하여 삼세번을 괜찮다고 하였다. 두근두근. 그가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가방을 챙기는 나에게 남편은 "어디 갈 거야?" 물어보았다. "교보문고!^^" 노트북과 책, 스프링노트가 잔뜩 담긴 꾸러미를 왼쪽 어깨에 들처맨 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문득, 궁금증이 밀려왔다. 요즘 이 아주미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가? 하고 말이다.


내가 전하는 말과 글을 통해 세상에 이로움을 주려는 마음이 기저에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보다 더 근원적인 날 것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뇌리에 스치는 솔직한 마음이 훅 하고 다가왔으니. 그것은 인류평화도 아니요 조국 번영도 아니요. 알량한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에잇! 뭐야. 멋져 보이고 싶은 맘에 이렇게나 열심히 공부하고 운동하고 있단 말이야?'


유치한 나의 욕망이 들키고 나니 실망감도 느껴지고 부끄럽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이 마음에게 고마움이 느껴졌다.


'와 이 사람 멋지다!' 소리를 듣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인가! 그저 사람답게 사는 것도 어려운데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니. 그러려면 부족한 나 같은 사람은 끊임없이 공부도 해야 하고 보다 좋은 에너지를 위해 운동도 게을리하면 안 된다. 멋져 보이고픈 이 마음은 그 대상자가 나 자신에게도 해당되는데. 24시간 내내 지켜보는 나 스스로에게 멋져 보이려면 그야말로 움직이고 또 움직이며 담금질해야 한다.


자신이 특별하면 얼마나 더 특별하고 멋지면 얼마나 멋지겠냐 싶다마는 그래도 멋져 보이고픈 알량한 이 마음 덕분에 하루하루 배워가는 기쁨을 느끼고 있어 감사하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을 느낀다.


주님께서 아무래도 '아이고 관종 이 녀석!' 하시며 나를 움직이는 방법으로 최적의 마음을 주신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진정 수준 높은 목표가 나를 움직이게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날을 위해 지금 이 과정 하나하나에 충실해본다.


작가지망생 관종 아주미의 글쓰는 하루^^
keyword
작가의 이전글1시간 30분이 주는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