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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똑같아요

아이에게 배우는 시간

by 이윤지


요즘 아이와 저는 바구니를 들고 낙엽을 줍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작년 이맘때 한참 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세네 시간씩 바구니를 들고 산책길을 걷곤 했는데요. 기억에 생생한지 올해도 바구니를 들고 낙엽 줍기를 좋아하는 든이입니다..^^


오늘은 하원 하는 길 유난히 노오란 은행잎이 가득했어요. 저희 아이가 빗물에 젖은 은행잎을 소복소복 밟더니, 바구니를 들고 낙엽을 주우러 가자고 제안(!) 을 하더라고요^^


반가운 마음에 바구니를 들고 나와 산책길로 향하니 오늘 안 나왔음 클날뻔했다! 싶을 정도로 울긋불긋 예쁜 낙엽들이 한가득이었습니다.


가끔은 아이가 낙엽을 줍는건지 거리를 깨끗하게 정비해주는 것인지(!) 좀 헷갈리긴 했지만 뭐든 열정을 다하는 건 좋다고 생각해보았어요^^::


노오랗고 예쁜 낙엽을 한가득 선별하여 들고 걷던 한 할머님께서는 저희 아이의 바구니에 통 크게 넣어주시며 선물을 주기도 하셨습니다 :)



오늘 제가 심쿵. 했던 순간이 있었는데요.

한가득 펼쳐진 알록달록 낙엽 중 서로 예쁜 낙엽을 찾아보기로 한 순간이었어요.


저는 보기에도 참 고운 친구들만 찾기에 바빴는데 저희애가 자랑스럽게 보여준 낙엽은 조금은 시간이 흐른듯한 낙엽이었답니다.



그런데 아이의 표정이 어찌나 천진난만하고 당당하던지, 그동안 '얘는 왜 이렇게 아무거나 주워 담는 거야.' 하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아이는 갈색의. 찢어지고 젖기도 한 우중충한 낙엽들을. 진심으로 보물을 대하듯 담고 있던 거였어요.


그 시간 이후로 "에이. 이렇게 이쁜 거 넣어. 이거 예쁘지?" 하고 강요했던 저의 말은 쏘옥 넣어두었답니다.


오래된 빛깔의 낙엽들도 그저 아름다운 가을의 색상으로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낙엽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그저 땅으로 내려왔다는 거.


낙엽이 썩어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맞게 변화할 뿐이라는 걸.


아이를 통해 배웠습니다.



모두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쪼록 따스하고 행복한 가을날 보내셔요..^^


지난 주말 다녀온 덕수궁에서, 저희 아이는 내내 풍선 바람개비만 바라보았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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