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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므로’ 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이윤지
Nov 15. 2021
기독교 대학을 다녔던 나는 학생 때 목사님과 강당에서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크리스찬은 아니었는데,
행사가 있기 얼마전 쯤 스스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주문 하나를 발견하여 되뇌던 중이었다.
‘나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러하므로....’
이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나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러하므로
(그 사람이 더 잘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나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러하므로
(이 일이 잘 안 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는, 질투와 실패에서 비롯되는 괴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한 합리화의 주문과도 같았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나마 마음이 좀 나아졌기 때문이다.
행사 날 뵌 목사님은 야구모자에 캐주얼 옷차림을 하셨고 내내 편안한 미소로 대해주셨다.
덕분에 대기실에서 용기 내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상념들에 대해 주절주절 말씀드릴 수 있었다.
“목사님, 제가 요즘 자주 생각하는 말이 하나 있는데 들어보실래요?
‘나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러하므로’ 에요. 블라블라”
잔잔한 미소로 이야기를 들으시던 목사님은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그러하므로’가 참 인상적이네요... 기독교에서도 비슷한 말이 있어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하지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진 않았지만
어쩐지 ‘그러하므로’로 나를 누르던 마음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듣다 보니 해방되는 듯한 느낌을 잠시나마 받을 수 있었다.
어제 주일 예배를 듣던 중 이날의 대화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하므로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내가 억지로 겸손을 만들어내었기 때문에 종국에 우울한 감정이 함께했던 것 아닌가 하고 말이다.
크리츠찬이 되고..
부족한 나를 잘 아시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나를 사랑해주시는 주님을 떠올리면 감사한 마음이 자연스레 솟아난다.
내 힘으로 이루어왔다고 생각한 일들이, 주님께서 하신 일임을 알기에 자연히 낮은 자세로 영광 돌리게 되며, 힘든 일이 다가올 때는 연단 하시는 축복임을 믿으며 배우는 자세로 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이 주는 힘은 참 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생 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어디야?
꼭 신앙적인 접근이 아닐지라도 Positive Thinking의 연결 회로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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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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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KBS·EBS 아나운서│『메타인지 대화법』 저자│멘쉬커뮤니케이션 대표│Mind Communicator. Mother. Chris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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