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한낮인데도 지하철 안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 틈바구니에서 점장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다섯 번쯤 하고서야 겨우 전화를 끊었다. 아마 잔뜩 위축되어 머리도 몇 번 조아렸을 것이다.
그러니까 점장 말에 의하면,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택배엔 일반과 할인이 있다. 일반은 택배 회사 직원이 가져가고, 할인은 편의점 물류 기사님이 수거한다. 이 두 가지를 잘 구분해 정해진 자리에 둬야 한다고 분명히 가르쳐 주었는데, 내가 뭔가를 잘못했다는 거였다.
일주일 내내 그렇게 영상을 보고 또 봤는데 놓친 게 있었나? 머릿속이 복잡했다. 손님이 맡긴 택배를 못 찾으면 어쩌지. 택배에 급하고 중요한 물건이 들어 있었다면, 그래서 고객에게 큰 손해를 끼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가슴이 폭발할 것처럼 마구 뛰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알아야 책임을 지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차근차근 다시 핸드폰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점장 말대로 그는 분명히 두 가지 택배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내용은 그의 주장과 꽤 달랐다.
“일반 택배는 고객님들이 알아서 보관함에 넣기 때문에 신경 안 써도 돼요. 우리는 할인 택배를 손님이 가져온 것과 손님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만 구별해서 따로 선반이랑 바구니에 올려두면 돼요. 이거 섞이면 진짜 큰일 나요. 알았죠? 이거 정말 구분 잘하셔야 해요!”
점장은 분명히 ‘일반 택배’엔 신경을 안 써도 된다고 했다. 그게 다였다. 일반과 할인을 구분하는 방법도 알려주지 않았고,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도 말하지 않았다. 물론 나도 물어보지 않았다. 질문도 뭘 좀 알아야 할 수 있는 거다. 그러고 보니 나는 점장이 말한 ‘벽쪽 보관함’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점장이 내게 그 보관함을 보여줬다면 영상에 나오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러니 업무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점장에게도 책임이 있다! 조금 전까지 크게 불안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억울함으로 바뀌면서 화가 치밀었다. 그렇게까지 목소리를 높이며 내게 “정신차려라”라고 호통을 치려면 적어도 내 잘못임이 분명해야 한다. 설사 더 큰 실수를 했더라도 그런 식으로 사람을 몰아붙이면 안 된다. 하물며 이제 겨우 일을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더 너그럽게 대하는 게 도리 아닌가.
점장에게 내가 찍은 영상을 모조리 다 보내고 싶다. 당신과 나의 실수를 문자로 조목조목 따지고도 싶다. 그에게 책임을 전부 돌리거나 내 잘못을 발뺌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억울함을 항변하고 싶은 거다.
“점장님은 분명히 ‘일반 택배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보관함이 어딘지는 알려주시지 않았고요. 의심이 가신다면 첨부한 영상을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정신 똑바로 차려라’고 소리 지르셨죠. 저는 수치심을 느꼈고, 이것은 언어폭력입니다. 다시는 이러지 않으시길 바라요. 통화 내용을 녹음해 노동청에 신고할 수도 있으니 앞으로 조심하시고요..”
여기까지 썼을 때, 나는 이 문자메시지를 결코 점장에게 보낼 수 없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전송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나를 강하게 붙드는 무언가가 있다.
나는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다. 아니 일해야 한다. 이틀 경험해 보니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실수를 또 할 수밖에 없다. 이번엔 점장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넘어가더라도, 다음 실수에 대해선 더 매몰차게 몰아붙일 게 분명하다. 그는 모진 데가 있는 사람이니까. 게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점장밖에는 물어볼 사람이 없다. 그에게 난 잘 보여야 하는 처지다. 잘 보이는 방법? 이건 너무 쉬운 질문이다. 그냥 닥치고 가만히 있기.
줄줄이 쓴 문자를 지우며 슬픔도, 억울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도 귀에 쟁쟁한 점장의 사나운 말들은 차갑고 덤덤하게 마비된 마음 아래에 묻어 두기로 했다. 이것이 지금의 나에겐 최선이라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