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마스다 미리
"나이가 들면 담백한 것을 좋아할 것 같은데"
-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마스다 미리
마흔 쯤 되면 묵직한 정신(력)과 생활력으로 무장한 '인생의 달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마흔을 가뿐히 넘어선 지금 난 달인은커녕,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견습생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인간관계에선 점점 참을성이 없어지고, 글은 날이 갈수록 쓰기가 어려우며, 로또 번호가 꿈에 나오길 바라는 마음 또한 여전하다.
그래도 스무 살 때와는 뭔가 분명히 달라지긴 했는데, 그게 주변 상황이 바뀌어서 그렇게 느낀는 건지, 정말 내가 변한 건지 잘 모르겠다.
'쉰 살 쯤 되면 삶의 여유를 느긋하게 즐기고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마흔살의 무언가도 갖추지 못한 내게 쉰 살의 여유가 가당키나 할까.
그런데 이 모든 게 편견일 수 있겠다, 싶다.
"나이가 들면 담백한 것을 좋아할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 왠지 물렁한 것, 부드러운 것, 달달한 것, 옛스러운 음식, 밍밍한 과자를 좋아할 것 같다.
하지만 식성은 나이대에 따른 차이보다 개인차가 훨씬 크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각자가 지니고 있는 독특한 취향과 색깔이 갑자기 또래 사람들과 같아질 리 없다.
마흔 살이나 오십 살이나 팔십 살이나, 다 자기 개성대로 사는 거지.
달인이 되리란 믿음, 여유가 생기리란 기대, 담백한 것을 좋아하리란 착각.
모두 나이에 대한 편견이다.
달인이 못되고 여유 즐기지 못하더라도, 내 빛깔만큼은 자유롭게 내보이며 나이들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