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냥 Jul 18. 2018

2. 나이가 들면 담백한 것을 좋아할 것 같은데.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마스다 미리

"나이가 들면 담백한 것을 좋아할 것 같은데"

-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마스다 미리




마흔 쯤 되면 묵직한 정신(력)과 생활력으로 무장한 '인생의 달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마흔을 가뿐히 넘어선 지금 난 달인은커녕,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견습생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인간관계에선 점점 참을성이 없어지고, 글은 날이 갈수록 쓰기가 어려우며, 로또 번호가 꿈에 나오길 바라는 마음 또한 여전하다.

그래도 스무 살 때와는 뭔가 분명히 달라지긴 했는데, 그게 주변 상황이 바뀌어서 그렇게 느낀는 건지, 정말 내가 변한 건지 잘 모르겠다.


'쉰 살 쯤 되면 삶의 여유를 느긋하게 즐기고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마흔살의 무언가도 갖추지 못한 내게 쉰 살의 여유가 가당키나 할까.


그런데 이 모든 게 편견일 수 있겠다, 싶다.

"나이가 들면 담백한 것을 좋아할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 왠지 물렁한 것, 부드러운 것, 달달한 것, 옛스러운 음식, 밍밍한 과자를 좋아할 것 같다.

하지만 식성은 나이대에 따른 차이보다 개인차가 훨씬 크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각자가 지니고 있는 독특한 취향과 색깔이 갑자기 또래 사람들과 같아질 리 없다.

마흔 살이나 오십 살이나 팔십 살이나, 다 자기 개성대로 사는 거지.


달인이 되리란 믿음, 여유가 생기리란 기대, 담백한 것을 좋아하리란 착각.

모두 나이에 대한 편견이다.

달인이 못되고 여유 즐기지 못하더라도, 내 빛깔만큼은 자유롭게 내보이며 나이들 수 있기를.

작가의 이전글 1. 첫 뿌리가 감수하는 위험만큼 더 두려운 것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