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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혜진 Dec 10. 2019

허리를 살리자

30일 글쓰기

12 9 – 허리를 살리자

 동네 사는 엄마는  단골 산책 파트너다.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이상 오로지 걷기 위해 만난다. 올해 칠순인 엄마와  걸음 속도도 비슷하고 대화도  통하는 편이라 걷는 내내, 심지어 오르막길에서 숨을 헐떡이면서도 수다를 멈추지 않는다.  시간가량 걸으면  보가 된다. 도중에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 때도 많다. 우린 자주 오가는 산책로에 포진한 맛집들을 훤히 꿰고 있다.

어제 가평에 다녀오는 . 여느 때처럼 터미널에서 집까지 걷기로 했다. 그런데 엄마의 걸음걸이가 심상치 않았다. 보폭이 작아진 것은 물론 이삼 분마다 멈춰서기까지 했다. 허벅지와 종아리를 주무르며 엄마가 말했다. “이상하네. 그저께부터 허벅지랑 종아리가 콕콕 찌르듯이 아파.” “그럼 진작 말을 하지. 버스 타면 금방인데.” “걸으면  괜찮아질까 해서 그랬지.” 가다 서다 반복하는 사이 40분이면  거리를 무려  시간 만에 왔다.

  , 엄마는 칠순맞이 자축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서유럽 5개국 명소를 오가는 강행군에도 전혀 지치지 않았다. 그런데 돌아오던  인천에 도착해 허리가 살짝 삐끗했다고 한다.  이후부터 허리가 점점 뻐근하고 찌릿하고 콕콕 쑤시더니 엊그제부턴 다리가 아프다는 거였다.

마음이 무거웠다. 오전 내내, 내가 목격한 엄마의 증상을 검색해봤다. 짚이는  있었다. ‘좌골신경통’. 의자에 바르지 않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을  생기기 쉬운 디스크의 일종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 7월에   책이 나왔을  엄마는 날마다 식탁에 앉아  책을 베껴 쓴다고 했다. 결국   만에 필사를 마치더니 “글씨 쓰는  너무 재밌다 했다. 안부 전화를 하면 “ 읽고 있어 말을 자주 했는데, 이건 정말 칠십 평생 처음 있는 일이다. 엄마는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한  독학을 하려다 영어와 수학에서 쓴맛을 봤다. 이후로 먹고살기 바빠서, 습관이 들지 않아서,    읽지 않았다. 물론 우리에겐 한결같이 “눈이 나빠 어지러워  읽는다 했지만. 하여튼 그런 엄마가 오직 나에 대한 사랑으로 필사를 시작하더니 재미를 붙여 좌골신경통을 얻었다. 도대체 얼마나 의자에 앉아 있었기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못해도 다섯 시간은 앉아 있었지.” “뭐라고???!!!! 엄마 무슨 공무원시험 공부해? 아이구야...”

 아픈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속이 터진다. 여행에서 돌아온  허리가 삐끗한 것도,  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있어서인  같다. 앞으로 어찌해야 하나. 나는 ‘백년허리 전자책으로 다운받아 읽었다. 세상에 이런 반전이. 이건 내가 읽어야만 했던 책이었어!

책은 척추와 디스크 구조  인체 해부학적인 지식부터 어떻게 허리가 천천히 망가지는지, 손상 입은 디스크는 어떤 과정으로 회복되는지를 아주 쉽고 자세히 다룬다.  책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바로 허리에 도움이  되는 운동 목록이다. 다리를  펴고 앉아 허리를 구부려 발끝을 잡는 동작, 누워서 무릎을 가슴 쪽을 끌어당겨 다리를  팔로 감싸 안는 동작, 윗몸일으키기, 고양이 스트레칭, 누워서 다리들기 등은 허리가 튼튼한 10대나 20대에겐 상관없지만 40대가 넘었다면 허리를 위해선 하면  되는 운동이었다. 하나같이 내가 허리가 아플 때마다 하던 동작이었다.

길게는 하루 열네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있는 날이 많다 보니 최근 허리가 부쩍  좋아졌다. 나름 거금을 들여 등받이쿠션까지 샀다. 그러고는 운동을 한답시고 해서는   동작을 허리가 뻐근할 때마다 했다.  순간엔 시원한  같아도 결국엔 허리에 무리를 주게 된다고 한다.

허리를 회복하는 원리는  하나, 허리를 구부리지 않는 것이다. 허리 건강엔 척추의 굴곡을 유지하는  핵심이다. 가장 좋은  멕켄지 운동을 자주 하는 .  채로 발을 어깨너비보다 좁게 벌리고 양손을 허리에   고개를 뒤로 젖힌 자세에서 숨을 참고 5-10 버티다가 숨을 내쉬면서 바로 서는 동작이다. 허리가 많이 아플  15분에서 30분마다, 허리에 나쁜 자세로 오래 일하는 경우도 반드시 30분에  번씩 해야 한다고 한다. 엎드리거나 의자에 앉은 자세에서  운동을 하는 방법도 나와 있어 앞으로 도움이  듯하다.

“98퍼센트의 요통은 나쁜 자세, 나쁜 동작을 버리고 좋은 자세, 좋은 동작을 생활화함으로써 치료할  있다.” (163)

책에는 좌골신경통에 대한 내용을  챕터를 할애해 자세히 설명해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병을 앓기 때문이다. 좌골신경통은 의자에 앉는 시간을 없애고 일상생활을 하면 한두 달이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나는 혹시 골수암인가 했어. 다시는  걸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엄마는 감격에 젖은 목소리다. 무슨 근거로 골수암? 아휴, 하여간 우리 엄마는  해도 오버다.

 책에 나온 운동 장면을 인쇄해 엄마  곳곳에, 그리고  책상 앞에도 붙여 놓을 생각이다. 엄마의 좌골신경통이  허리 건강에까지 영항을 미칠 줄이야. 엄마한테 잘난 척하려던 마음이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바뀌어버렸다. 내가 아는 모든 이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싶다. 여러분, 허리를 구부리지 말고 뒤로 젖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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