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좋아서

by 달콤한 봄

봄방학 12일 차. 본의 아니게 두 망아지들과 함께 일, 월, 화, 수 집콕 중이다.

어릴 적부터 부드러운 촉감 -이라고 적었지만 실은 내 살, 그것도 달콤군 표현에 의하면 '말랑말랑'하다는 내 뱃 살 -을 좋아하는 두 아들 덕분에. 남편이 출근하고 난 뒤 비몽사몽 정신이 없는 나의 희미한 이른 아침은 언제나 두 아이들의 비비적거리는 손길로 시작된다.

스킨십을 좋아하지만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남편의 손을 잡거나, 친구의 팔짱을 끼고, 혹은 아이들의 조그만 손이 내 손을 꼭 잡았을 때 자그마하게 느껴지는 그 힘이 좋아서 내 손가락으로 아이의 손등을 만지작한다거나 류의 스킨십은 좋다.

하지만 내가 잠들락 말락 할 때 남편이 불쑥 내 볼(또는 그 어딘가..)을 만진다거나, 내 의지와는 다르게 날이 갈수록 불룩해지고 출렁해지는 뱃살을 아이들이 만질 때.. 특히 그냥 만지는 것이 아닌, 손으로 조몰락조몰락 할 때는! (손바닥을 앞뒤로 파닥파닥 할 때도 있다...) 너무너무 화가 난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그때의 나는 매우 방어적+공격적으로 변한다. 옷으로 맨살을 덮고, 자꾸 옷 안으로 파고드는 아이의 조그만 손을 차갑게 떼어놓는다. 가끔은 소리도 지른다. 아~~~ 정말 싫다고!!!

그럴 때마다 아이는 배시시 웃는다. 그리고 다시 아이의 손은 옷과 살 사이로 열심히 들어온다. 엄마의 맨살을 만지러.

아니, 뭐. 내 애가 만지고 싶다는데! 좀 만지게 해 줄 수도 있지!라고 혹자는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좀"이 벌써 10년 차다. 오 마이 갓. 나도 참을 만큼 참았다고..

내 살이 늘어난 만큼, 아이의 손도 커다래졌다는 것을 그대들은 아는지.

일월화수 집콕 & 집 밥을 겪은 나는, 영혼이 탈탈 털리다 못해 재가 되어 날아갈 지경이었다.

남편의 근무시간엔 시시콜콜한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거의 없는 나인데,

오늘은 문득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

나 좀 살려줘...... 제발..........................

그리고 이것만으론 내 복잡한 심경을 전하기에 부족하다 느꼈는지, 쓸데없는 사족을 붙였다.

내가 죽거든 꼭 수의 대신 검정 원피스를 입혀줘.... 아마.. 살쪄서 안 들어갈 거야..... 그냥 대충 몸을 끼워줘.

이어진 남편의 무심한 답변, "뭐라는 거야~"

남편이 칼 같은 퇴근을 했다.

나는 아이들이 주말부터 외쳤던 치킨을 주문했다.

그리고, 당근 거래를 핑계로 저녁 7시에, 집을 탈출했다.

무작정 걷는데 집에서 온 전화. 엄마 어디야?

걷다 보니 봄군 등원 예정인 학원 설명회 시간이 되어 눈앞에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한참 줌으로 설명회를 듣다가 가장 중요한 순간 - 숙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인데 또다시 집에서 온 전화. 엄마 어디야?

8시 50분, 카페 마감 시간이 되어 터덜터덜 나오는데 또다시 집... 전화... 엄마 어디야?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나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온갖 불안과 걱정에 젖어드는 달콤군이었기에, 집 밖을 나온 나와 아이를 이어주는 유일한 안정의 끈인 전화를, 나는 받지 않으면 안 됐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렇게 세 번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온 지 두 시간 만에 다시 집에 들어왔다.

아이가 잠들고 남편이 이야기했다. 만화영화를 보는 중에도 계속 전화를 드는 달콤군에게 물었단다.

"너 왜 그렇게 계속 엄마한테 전화를 하냐?"

그리고 이어진 아이의 대답에 남편은 당최 받아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엄마가 좋아서"

세상에 태어나 나를 이렇게나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니. 나는 배가 불렀다.

내일 또 까먹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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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한결같이 나만 보는 너� 이 것도 몇 년 안남았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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