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군의 유치가 오늘 하나 더 빠졌다.
흔들리는지도 몰랐는데 아침에 "엄마 이가 곧 빠질 것 같아."라고 말해서 보니 정말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익숙한 듯 마른 수건을 가져와 아이의 이를 잡고 흔들었다.
아이는 "아이참, 내가 할게." 하더니 수건으로 이를 잡았다. 하지만 잘 안됐나 보다. 피가 묻어 나온 수건을 보더니 깔깔거리며 웃었다. "나오라는 이는 안 나오고, 피만 나네."
손으로 입술을 들어 이를 살펴보니 이미 반쯤 빠진 상태. (실은 뜯겨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아이는 "아 엄마, 잠깐 잠깐만."하더니 혀를 이에 갖다 대고 잠시 아픔을 참는다.
자 이번엔 엄마가 해볼까?
나는 능숙하게 아이의 이를 잡아 내렸고, 곧 작고 뽀얀 유치가 뽑아져 나왔다.
우리 둘 다 배시시 웃었다.
둘째 봄이의 아랫니도 얼마 전부터 흔들리고 있다. 두 아이 다 이갈이가 늦은 편이다. 늦게 갈수록 좋고 충분히 흔들릴 때까지 기다린 뒤 집에서 자연스럽게 빠지는 게 제일 좋다고 해서 여유 있게 기다리고 있다. 마냥 아기 같던 봄이의 아랫니가 흔들리니 내 마음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뭐랄까, 서운했다고 해야 할까.
달콤군의 첫 유치가 빠졌을 때, 드디어 아이가 커감을 실감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더랬다. "아 드디어 우리 달콤군도 아기가 아니구나!!!" 그런데 봄이의 유치가 흔들리니 서운하다. 첫째와 둘째를 마주하는 엄마 마음의 온도 차이. 이걸 어쩌나. 지나고 보면 달콤군도 아가였고, 어린아이였는데.. 늘 큰 아이처럼 대하고, 의젓하기를 요구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제는 저녁을 먹은 뒤 봄이의 첫돌 기념으로 떠났던 여행 동영상을 봤다. 그때 달콤군은 네 살이었는데.. 세상에, 내 기억과는 다르게 달콤군이 너무너무 너무나도!!!!! 아가였다. 심지어 혀 짧은 소리를 내는. 그리고 동영상엔... 달콤군이 다섯 번, 여섯 번 말을 했지만 나와 남편 그 누구도 호응해 주지 않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나는 저녁 준비에 바빴고, 남편은 봄이가 계단에서 떨어질까 뒤를 지키며 영상을 찍고 있었다. 마치 허공에다 외치는 듯한 달콤군의 혀 짧은 여섯 마디가 너무 미안해 뒤늦은 대답을 해줬다. "달콤군, 맞네, 정말 그러네."
아침에 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썼다. 내 무릎 위에서 한참을 울었다. 금요일이라 체력이 많이 떨어졌을 것이다. 오늘 하루만 학교 가면 내일 쉬어도 돼, 달래는데 옆에서 달콤군의 입술이 삐죽 나와있다. "엄마는 봄이만 달래주고~!!" 평소 같았으면 왜 또 불만이냐 버럭 했을 텐데 오늘은 얼른 달콤군에게 달려갔다. "봄이는 아직 어리잖아~ 달콤군, 머리 빗겨줄 테니까 얼른 학교 가자." 그랬더니 이어지는 달콤군의 대답. "나도 어리거든?!!"
지각할까 봐 달콤군은 먼저 집을 나섰고, 봄이는 뒤늦은 등교를 했다. 봄이를 학교에 들여보내고 집에 걸어오는데 마음이 복잡했다. 생각해 보니, 코로나 때문에 4월이 지나서야 학교를 다닐 수 있긴 했지만, 달콤군은 첫 등교와 두세 번의 하교를 제외하곤 늘 혼자 이 길을 오갔다. 학교가 코앞인데 왜 혼자 못 다녀? 의젓하고 멋진 초등학생은 혼자 학교에 갈 수 있는 거라고 처음부터 혼자 가는 연습을 시켰더랬다. 하교는 태권도에서 픽업을 해주셨으니 지금 봄이처럼 매일 하굣길에 데리러 가지 않았던 것. 달콤군이 서운할만하다. 억울할만하다. "나는 왜 안 데려다줬는데? 나는 왜 안 데리러 왔는데? 봄이처럼!!!"
둘째인 남편과 나는 항상 억울해하는 첫째 달콤군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사랑도 제일 많이 받고, 혜택도 제일 많이 받고, 장난감도 옷도 모든 것이 새것에 모자람 없이 큰 니가 대체 왜 억울한 건데. 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런데 지금 보니 내 마음부터가 틀려먹었다. 어쩌면 우리 부부 둘 다 둘째이기에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첫째 '보라'는 보지 못하고 둘째 '덕선'이의 마음에만 집중했을지도 모른다. 둘째의 마음만 경험했기에. 하지만 달콤군도 아직 어린 아이다. 형아 아니고, 그냥 너, 그 자체. "대체 언제 크나요?" 어서 빨리 자라기만을 바라는 큰아들 아니고, 지금도 엄마 품을 최고로 좋아하는 어린 내 아가. 내 첫사랑.
누군가 그랬단다. "첫째에겐 사랑을! 둘째에겐 돈을 쓰세요!" 그만한 진리도 없다. 오늘도 첫째에게 사랑을 주리라 다짐하는 나는, 아직도 한참 부족한 엄마다.
달콤군의 뽀얀 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