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마시기로 했습니다
스테이크 구울 때 풍미를 올려주는 너, 평범한 식빵 조각에 고소함을 더해주는 너, 카레에 농밀함과 깊이를 주는 너. 버터. 마트 구경하다 보면 유제품 코너에 버터 종류가 꽤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버터는 우유에 있는 지방만 쏙 모아 굳힌 것인데 지방 함량에 따라 천연 버터와 가공 버터로 나눌 수 있고 천연 버터의 지방 함량은 80%가량이라 한다. 포기할 수 없는 매력덩어리 버터에 대해 알아보자.
한국은 몽골인과 거란·여진족에 영향을 받아 버터를 접했는데 당시에는 우유가 귀했기에 신분이 높은 사람들만 보약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랬던 버터가 지금은 우리 식탁에서 심심치 않게 보인다. 동물성 지방으로 이루어진 버터는 풍미가 상당하고 다양한 요리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버터와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는 마가린은 보통 식물성 기름으로 이루어져 있고 버터와는 사뭇 다르다. 저렴한 가격으로 버터를 대체하기도 하지만 트랜스 지방 함량이 높아 몸에 좋지 않다고 한다.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은 만큼 요즘은 트랜스 지방 함량을 대폭 줄인 마가린도 꽤 있다.
또 버터는 소금이 들어 있는 가염 버터, 아예 들어 있지 않은 무염 버터 그리고 적게 들어 있는 저염 버터가 있다. 소금이 들어가면 감칠맛이 올라가는 만큼 토스트에 발라 먹어도 맛있고 무염보다는 보관 기간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무염 버터는 보관 기관이 짧고 비싼 편이며 베이킹에 주로 사용한다. 발효 버터도 인기가 있는데 우유에 분리한 크림에 젖산균을 넣어서 만든다. 부드러우면서도 미세한 신맛이 난다.
좋은 버터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유지방 함량이 높으면서도 가공 유지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좋다. 원재료와 함량을 버터 포장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가공 버터에는 팜유, 야자 경화유 등 다른 유지가 많이 들어간 것을 볼 수 있다. 채식을 하고 있다면, 유제품 섭취를 하지 않고 있다면 올리브, 아몬드 또는 코코넛을 사용해 만든 식물성 버터도 있다. 버터의 식물성 지방은 불포화 지방산으로 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 몸속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원재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긴 하지만 식물성 버터는 동물성 버터보다 칼로리가 낮은 편이다. 게다가 식물성 기름 특유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즈니(Isigny) 롤 버터를 선물 받아 소분해 냉동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사용하는데 음식의 풍미를 올려주는데 이만한 게 없다. 처음엔 버터 종류 중 하나인가 했는데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마을 이름이었다. 이곳에서는 조합을 만들어 버터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는데 그 결과 사람들은 이즈니 버터를 더욱더 찾게 되었다. 이럴 때 등장하는 게 유사품. 이즈니 버터도 아니면서 버젓이 이즈니 버터 라벨을 부착한 상품이 퍼져 나가자 이즈니의 명성과 품질을 지키려고 PDO(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을 도입하기에 이른다. PDO는 정해진 지역 내에서만 제품의 모든 준비 단계를 실시하고 공공기관이나 제3 독립기관에서 공인한 기술과 기준만을 준수하도록 보장해 주는 제도이다.
버터 덩어리가 아니라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으로 나눈 (포션(portion) 버터라고 불리는) 낱개 포장 버터도 있다. 앵커(Anchor), 프레지덩(President), 루어팍(Lurpak), 메글레(Meggle) 등 여러 회사에서 나오니 취향대로 선택해 먹으면 된다. 그 중에서도 버터계의 명품(?)이라 불리는 라 콩비에트(La Conviette)는 긴 캔디 모양으로 생겨서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프랑스 유명 버터 산지 중 하나인 샤랑트-푸아투(Charentes-Poitou) 지역 특별 인증 제품(AOP)으로 유통기한은 짧은 편이지만 부드럽고 고소하며 포장까지 고급스러워 한때 많은 인기를 끌었다.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한 것은 소분해 둔 이즈니 롤 버터지만 작은 유리병에 들어 있던 기(Ghee) 버터도 꽤 인상적이었다. 일반 버터보다 견과류와 같은 고소한 맛이 조금 더 난다고 해야 할까? 정제 버터 중 하나인 기 버터는 버터에서 우유 고형물과 물을 분리한 것으로 몇 개월은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 우유 고형물을 제거했으니 우유에서 추출한 주 단백질인 카제인(casein)도 유당(lactose)도 없어서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저탄고지 식단으로 체중 조절 중이라면 기 버터를 활용할 수 있다. 착한 지방이라는 불리는 기 버터도 결국은 지방이니 과다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
*<마시자 매거진>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