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와인취향

딱 한 잔이 생각나는 날

mandu의 와인 이야기 & 테이스팅 노트

by manduwinetasting


상상이 현실로 구체화되어 첫걸음을 뗀 느낌일 때,

겉돌던 대화가 어느새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여 상대를 아주 조금 이해하고 싶어 졌을 때,

예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새삼 와 닿아 주책스럽게 눈물이 날 때,

누군가 정성스레 올려놓은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여 듣는데 고심하여 골랐을 그 누군가가 문득 대단해 보일 때,

안 입는 옷을 정리하며 '아름다운 가게에 보내야지'하며 상자에 옷을 넣으며 내 추억도 슬쩍 넣어 보낼 때,

댕댕이와 냥이 응아 치우고 밥을 주다가 이제 커버린 아가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부모님 마음 같을까 싶을 때,

무심코 전화한 친구에게 큰 위로를 받고 이 세상에 내 편이 하나 더 있구나 생각되어 안심이 될 때,


딱 한 잔이 생각나더라.

그리고 그 한 잔이 몇 잔이 되더라도 괜찮은 날에 한 잔이 생각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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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aine Denis Mortet Marsannay Les Longeroies 2017

(도멘 드니 모흐떼 마르사네 레 롱제루아 2017)

프랑스 부르고뉴 마르사네 밭에서 수확한 피노누아 품종으로 만든 레드 와인으로 향이 참 좋다. 꽃향과 베리향으로 산뜻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준다. 책, 음악, 대화 등으로 위로를 받은 날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을 때 마신다. 와인메이커가 돌연 세상을 떠나버리는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와인이지만 와인은 살아 순간을 지킨다.


Champagne Andre Beaufort Ambonnay Grand Cru Millesime 2010

(샴페인 앙드레 보포 앙보네 그랑 크뤼 밀레짐 2010)

샴페인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나를 행복하게 해 주지만, 강렬하기도 하고 입안을 간질거리게 하기도 하고, 원래 이런 맛이었나 하고 의문이 들게 하기도 한다. 그동안 나름 핫(?)한 샴페인 위주로 마셔온 탓에 나도 모르게 생겨버린 고정관념을 깨어준 샴페인, 앙드레 보포. 정통 샴페인이라고 들었는데 왜 이렇게 새롭게 다가온 걸까? 피노누아와 샤도네이 품종이 블랜딩 된 샴페인으로 피노누아 비율이 훨씬 높다. 샴페인 수입사에서 와인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주었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생겨버린 탓도 있겠지만 와인을 통해 와인을 만든 이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포도밭에 머무르며 자연을 관찰하고 병에 자연의 산물을 담는다는 게 이런 걸까.


Ornellaia 2015 Half Bottle

(오르넬라이아 2015 하프 보틀 (375ml))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레드 와인으로 힘이 팍 느껴지는 와인이다.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것을 보내 버리고 새로운 것 그리고 변화를 받아들여 앞으로 조금 나아간 느낌이 들 때 마시면 힘이 난다. 이미 정상에 오른 누군가가 힘찬 응원을 보내는 착각을 들게 하는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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