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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duwinetasting Oct 03. 2020

기후 변화가 와인에도 영향을?

mandu의 와인 이야기 & 테이스팅 노트

기후 변화 또는 지구 온난화가 우리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원인과 해결 방안 등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급격한 기온 상승으로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녹아 해류 변화를 일으키고 생태계 교란을 가져온다는 뉴스를 수차례 들었다. 식량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물 부족과 급격한 기온 변화로 인한 장마, 태풍, 가뭄 등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로 고통받을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실제로 2020년 지금 그러한 일들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후 변화가 와인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NY Times, Washington Post, Wine Enthusiast 등에 관련 내용이 있어 읽어봤다. 몇 년 전에도 와인과 기후 변화의 관계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올해 들어 유독 더 많이 눈에 띈다.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특정 지역에서 자라는 포도 품종을 더 이상 재배할 수 없어서 다른 품종으로 대체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연간 섭씨 2도씩 상승하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이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이를 심각한 수준으로 본다) 이러한 예측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내가 특별히 더 좋아하는 부르고뉴 피노 누아 (Bourgogne Pinot Noir) 품종에도 분명 영향이 있을 듯하다. 와인 메이커가 제공하는 테크니컬 시트에서 수확 시기를 확인할 수 있는데 올드 빈티지의 경우 수확 시기가 10월 중이라면 최근 들어서는 9월 중후 반인 경우가 많다. 수확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것은 봄과 여름의 기온이 높아서 포도가 빨리 익었다는 의미이다. 포도의 수확 시기는 중요하다. 포도가 과숙한 상태에서 수확을 하면 당도와 알코올 도수가 높고 충분히 익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을 하면 와인 맛과 향을 결정하는 아로마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서늘한 기후와 배수가 잘 되는 토양이 중요한 피노 누아는 기온이 너무 많이 올라가면 재배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물론 봄 서리로 인해 피해를 입는 상황은 줄어들었지만 말이다.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는 포도 품종인 그르나슈 (grenache)나 무르베드르 (mourvedre)로 대체해야 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부르고뉴 피노 누아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다른 포도 품종과 마찬가지로 빈티지, 날씨, 작황 상태, 양조 기술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여 그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나는 작은 구획으로 나뉜 밭의 특성과 매력이 잘 스며든 와인을 좋아한다. 끌로 드 부조 (Clos de Vougeot)의 우아하면서도 섬세한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극단적인 상상도 해봤다. 이미 와인 메이커들은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내리쬐는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언덕에 빈야드를 두어 과숙되는 것을 막거나 고도가 높은 곳으로 빈야드를 옮기기도 한다. 이미 보르도와 나파 밸리에서는 다른 포도 품종을 활용하여 와인을 양조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규정에서 지정한 포도로만 와인을 양조할 수 있지만 보르도에서 더 이상 까베르네 쇼비뇽과 메를로로 와인을 만들 수 없다면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샴페인 양조에도 피노 누아가 필요하다. 나는 블랑 드 누아 (Blanc de Noirs)를 애정 하는데 피노 누아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오면 어쩌나 싶다. 좀 더 서늘한 곳을 찾아 북반구에서는 더 북쪽으로, 남반구에서는 더 남쪽으로 이동해 포도가 자라나고 있다. 와인이 만들어질 수 있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분명 기후 변화가 와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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