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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duwinetasting Jun 13. 2021

알아두면 좋은 와인 용어 - 마세라시옹 & 비에유 비뉴

mandu의 와인 이야기 & 테이스팅 노트

고운 빛깔 로제 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물감을 섞어 원하는 색을 조제하듯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섞어 장미 빛깔이나 연어 빛깔을 만들어내는 걸까? 물론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로제 와인은 보통 레드 와인 양조 과정을 그대로 따르되 마세라시옹을 짧게 진행한 뒤에 포도 껍질을 제외하고 알코올 발효를 한다. 마세라시옹(Maceration), 다시 말해 침용은 와인 양조 과정 중 하나로 이 과정에서 포도의 페놀 성분을 비롯해 맛, 향 그리고 색을 추출한다. 발효 중이나 그 이전 이후에 포도 껍질과 즙을 함께 담가 두는데 포도 껍질에서 색을 추출한다. 마세라시옹 기간은 와인 메이커가 정하는데 포도 품종, 와인 스타일 등에 따라 기간을 길게 또는 짧게 정할 수 있다. 그러니 침용 기간이 짧아지면 연한 빛 와인이 만들어지는 거다.


타닌과 색(안토시아닌)은 포도 껍질에서 나온다. 타닌(tannin)은 덜 익은 감과 같은 떫은 맛이나 드라이한 느낌으로 나타나며 보통 레드 와인에서 느낄 수 있다. 화이트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하는 청포도 껍질은 초록빛과 노란빛을 띠기 때문에 화이트 와인은 연하거나 짙은 노란색에 가깝다. 레드 와인 양조 시 사용하는 포도의 껍질은 검붉기 때문에 보라색, 루비색, 가넷 빛깔 등이 영롱한 레드 와인이 만들어진다. 레드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하는 동일한 포도 품종으로 로제 와인을 만들 수 있으며 몇 시간만 마세라시옹을 진행하고 껍질과의 접촉을 제한하면 로제 와인이 만들어진다. 

요리가 나오기 전 즐겼던 로제 와인

라 스피네따 일 로제 까사노바 로자또(La Spinetta Il Rose dei Casanova Rosato). 일반적으로 로제 와인은 장기 숙성형 와인은 아니지만 어떤 품종과 블랜딩을 하여 만들어지냐에 따라 숙성되면 더 좋은 맛을 내기도 한다. 라 스피네따는 식전주로 마셔도 좋고 과한 양념이나 향이 들어가지 않은 요리와 곁들여도 좋다. 산도가 높은 편이고 자몽, 라임, 복숭아 등의 향이 퍼지는 산뜻한 로제 와인이다. 여름에 손이 가는 그런 가벼운 향수 같은 와인. 알코올 도수가 샴페인과 같아 홀짝거리며 마시에 좋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향이 희미해졌다.


나는 로제 와인을 눈으로 먼저 마시고 향에 취해 킁킁거리다가 칵테일처럼 홀짝거리고 이내 술임을 깨닫고 슬며시 내려놓는다. 아로마가 희미해지고 알코올이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비에유 비뉴(Vieilles Vignes). 와인 레이블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단어로 올드 바인(old vines)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이라는 의미다. 얼마나 오래된 포도나무를 의미하는 걸까? 10년? 20년? 50년? 비에유 비뉴 표기에 정해진 규정이 있는 건 아니다. (호주 바로사 밸리 올드 바인 표기에는 규정이 있다.) 그저 포도나무 수령이 오래되었다는 와인의 여러 정보 중 하나일 뿐이다. 이것이 와인 퀄리티를 좌우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나이가 든 포도나무라면 포도 수확량이 적을 테고 포도는 응축된 맛과 향을 지녔을 것이다. 몇 년이 지나야 최적의 포도를 만날 수 있는지는 이견이 있겠지만 20~30년 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 퀄리티는 좋다고 한다. 그게 뿌리가 자라 땅 깊숙이 자리를 잡을 테고 그러면 가뭄과 같은 기후 변화에도 땅 속 물과 양분을 빨아들일 수 있으니 일정하게 질 좋은 포도를 수확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거다. 그럼 무조건 오래된 포도나무가 더 좋은 걸까? 와인 메이커 입장에서는 포도 수확량이 줄어드는 것이고 이에 따라 생산할 수 있는 와인에도 영향을 준다. 그러니 훌륭한 와인 양조가라면 모든 요소에 정성을 기울여 제한된 포도 양으로 좋은 와인을 생산하려고 할 것이다. 

맨 왼쪽 도멘 모레-꽃피네 샤샤뉴 몽라셰는 비에유 비뉴라고 표기하고 있다.

도멘 모레-꽃피네 샤샤뉴 몽라셰(Domaine Morey-Coffinet Chassagne-Montrachet). 모레이 집안은 대대로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훌륭한 샤도네이를 만들고 있으며 도멘 모레-꽃피네는 모레이 집안과 꽃피네 집안의 합작품이다. 샤샤뉴 몽라셰 루즈로 딸기, 체리 등의 아로마가 느껴지긴 했지만 조금 더 있다가 오픈할 걸 후회했다. 앞서 와인 3병을 한 잔씩 마신 후였고 집중해서 마시는 건 쉽지 않았다. 다음을 기약하며.



<알아두면 좋은 와인 용어, 도사쥬와 데고르주망>

https://brunch.co.kr/@sweetteller/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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