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u의 와인 이야기 & 테이스팅 노트
샴페인을 비롯한 발포성 와인 (스파클링 와인)과 관련된 용어인 도사쥬 (dosage)와 데고르주망 (degorgement)은 알아두면 와인을 고를 때 유용하다. 여러 공정을 거쳐 샴페인 한 병이 만들어지는데 마지막 공정은 죽은 효모 침전물을 제거하고 코르크로 병을 막는 것이다. 발효 중 샴페인은 병목이 바닥을 향하도록 병을 뉘어 두고 리들링 (riddling: 병을 주기적으로 돌려주는 작업)을 하면 침전물은 병목으로 향하게 되고 크라운 캡 (crown cap: 맥주병 마개 모양, 코르크로 교체되기 전까지 임시로 사용하지만 샴페인 하우스 중에는 이 단계에서도 크라운 캡이 아닌 코르크를 사용하기도 한다.) 부분에 모이게 된다. 크라운 캡 부분을 얼리면 몇 개월간 쌓인 침전물도 언다. 병마개를 열면 내부 압력에 의해 얼어붙은 침전물이 배출된다. 이 과정을 데고르주망 (degorgement 또는 disgorgement)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침전물만 제거되는 것이 아니라 와인도 손실되기 때문에 와인과 당분을 추가하는데 이를 도사쥬 (dosage)라고 하며 와인의 당도가 결정된다.
샴페인이 주는 짜릿한 버블, 다시 말해 탄산가스는 효모 작용으로 당분과 함께 발효가 진행되면서 생성된다. 효모는 그 역할을 다해도 없어지지 않기에 투명한 샴페인을 얻기 위해서는 죽은 효모를 제거해야 한다. 데고르주망 날짜로 와인의 숙성도를 가늠해볼 수 있기에 알아두면 유용하다. 위와 같이 와인 레이블 뒷면에 몇 가지 정보가 있다. 방당주 (Vendange)는 포도 수확 연도를 의미하며 논 빈티지 와인이기에 2014 빈티지를 베이스로 하여 여러 빈티지의 조합으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데고르주망 날짜는 2019년 2월 (왼쪽)이니 현재를 시점으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있다. 날짜를 보고 취향껏 샴페인을 고르면 된다. 바로 마셔도 좋은 샴페인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숙성 샴페인을 원한다면 이 날짜를 확인하고 선택하면 된다.
도사쥬는 8g/l. 샴페인 당도를 보여주는 수치로 우리가 흔히 보는 샴페인 스타일은 브뤼 (Brut) 범주에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브뤼는 6~15g/l이며 가장 드라이한 brut nature부터 가장 스위트한 doux까지 있다. 심플하게 brut는 드라이한 샴페인 sec은 달콤한 샴페인 정도로 알면 된다. 요즘은 제로 도사쥬 (Zero Dosage, Brut Nature로도 표기) 샴페인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즉, 설탕을 전혀 첨가하지 않은 샴페인이다. 당도에 의해 샴페인의 퀄리티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에 취향껏 선택하면 된다. 설탕은 발효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샴페인이 처음에 나왔을 때는 지금처럼 드라이하지 않고 달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포도 농법이 발전하고 와인 양조에도 변화가 있었기에 와인에 추가하는 설탕의 양은 줄었다. 요즘은 제로 도사쥬나 로우 도사쥬 (low-dosage)가 많이 보인다.
수확 시 포도의 숙성도를 보고 설탕을 얼마나 첨가하여 샴페인 하우스 스타일에 맞는 와인을 만들지는 와인 메이커의 몫이다. 딱 알맞게 익은 포도를 사용하여 샴페인을 만들면 좋겠지만 매년 이를 정확하게 알고 수확하기란 어렵다. 그러니 산도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설탕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점점 로우 도사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트렌디한 혹은 핫한 샴페인 메이커들이 이를 주도하여 도사쥬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람의 개입이 적은 내추럴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탓도 있겠다. 요리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설탕을 넣으면 감칠맛이 난다는 건 안다. 그러니 설탕이 어느 정도 첨가된 샴페인이 더 접근성이 좋은 샴페인일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설탕이 적게 혹은 안 들어간 요리는 처음에는 훅 마음을 끌어당기는 면모가 없기는 해도 식재료가 하나하나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근래에 마신 로우 도사쥬 혹은 제로 도사쥬 샴페인이 그랬다. 본래의 모습을 숨기지 않고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샴페인 is 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