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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duwinetasting Jan 01. 2021

와인이 좋아!

mandu의 와인 이야기 & 테이스팅 노트

와인이 좋아서 와인을 마시고 마시고 나니 더 좋아지는 선순환 와인 생활. 이 생활에 동참하는 분들이 있기에 좋은 와인을 공유하고 각자의 취향을 나눈다. 이 세상에는 맛있는 와인이 엄청 많을 것이고 그 많은 와인을 다 마셔볼 수 없겠지만 (절대 정복 불가,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지만) 궁금했던 와인을 한 자리에 가져와 마셔보는 시간은 유익하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생각지도 못한 느낌이어서 놀라기도 하고 기대에 못 미쳐 다음을 기약하기도 하며 그 과정에 충실했던 시간이 쌓여 내 취향이 되어 간다.


르루아 (르후아, Leroy). 이름만 들어보았지 집중하여 실제 마셔본 건 처음이었다. 마담 랄루 비즈 르루아 (Madame Lalou Bize-Leroy)는 그 유명한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 (Domaine de la Romanee-Conti, DRC)의 공동 수장이었으며 현재는 그녀의 이름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는 부르고뉴의 전설, 백발의 매력적인 할머니다. 느낌이 딱 오겠지만 도멘 르루아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전 세계인의 수요를 충족할 만큼 많지 않다. 그러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으며 일부 부호들이 사재기를 한다고 하니 어떤 와인은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메종 (Maison)이든 도멘 (Domaine)이든 르루아 와인에서 가성비를 논하긴 어렵다. 네고시앙으로서 포도를 구입하여 와인을 양조한다면 메종이라 표시하고 (혹은 도멘 생산 표시가 없다) 와인 양조가가 소유한 밭에서 포도를 수확하여 와인을 양조한다면 도멘이라 표시한다. 동일한 이름으로 도멘과 메종이 존재한다면 도멘 와인이 더 비쌀 가능성이 높다. 물론, 어떤 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지에 따라서도 천차만별. 


1868년에 메종 르루아가 설립되었으며 마담 랄루 비즈 르루아가 가족 경영 사업에 뛰어든 건 1955년이었다. 여러 해가 지난 후 빈야드를 매입하여 1988년에 도멘 르루아를 설립했으니 우리는 이제 도멘과 메종 와인을 모두 경험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바이오다이내믹 (biodynamic) 농법을 따라 빈야드를 관리했는데 식물에 주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했다고 한다. 한 와이너리가 탄생하게 된 역사, 와인 양조 방법, 와이너리의 스타일, 후대의 평가 등 와인 한 병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그 이야기 못지않게 중요한 건 그 와인 한 병을 마셔보는 일이다. 한 번 마셔보고 그 와인을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세 번은 마셔봐야...) 다만, 향과 맛에 취했던 순간이 기억 어느 부분에 저장되었다가 그 와인을 다시 마실 때 되살아나거나 생경한 느낌이 든다. 


르루아 여사가 만드는 다양한 와인 중 픽생 (Fixin), 상트네 (Santenay) 그리고 본 로마네 (Vonse-Romanee)를 시음했다. 다른 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밭의 특성을 추측해볼 수 있기도 하지만 그녀의 와인 메이킹 스타일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먼저, 픽생 (Fixin)은 꼬뜨 드 뉘 지역에 위치한 곳으로 위로는 마르사네 (Marsannay) 아래로는 지브리 샹베르땡 (Gevrey-Chambertin)이 있다. 사실, 본 로마네, 샹볼 뮈지니, 모레 생 드니, 뉘 생 조르주 등은 제법 마셔보았으나 픽생을 마셔본 경험은 손에 꼽힌다. 또한, 그리 인상적인 느낌을 받은 적이 없어서 그런지 기대감이 낮았다. 그런데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빗나갔기에 '와인 테이스팅이 이래서 재밌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베리향과 꽃향이 동시에 피어오르면서 후각의 즐거움은 물론이고 피노누아 매력을 입안 가득 담았다. 누군가는 피노누아는 산도가 높은 편이라 선호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산도가 나에겐 매력 덩어리다. 천도복숭아 한 입 깨어 물고 나면 새큼함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듯 피노누아도 그러하지만 타닌이 그 역할을 하게 되면 산도와 좋은 균형을 이루어 와인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다음으로 맛본 와인은 상트네 (Santenay)로 꼬뜨 드 본에 위치하고 있다. 체리향과 더불어 조금 더 무거운 느낌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상트네는 샤도네이를 더 많이 마셔보았기에 레드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었다. 마지막으로 본 로마네 (Vosne-Romanee). 잘 익은 베리향과 허브향이 올라왔다. 르루아의 와인은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차분하고 은은했으며 밸런스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 폭발적인 향과 맛이 있다기보다는 (물론 메종 빌라쥬급이니 도멘 프리미에 크뤼/그랑 크뤼 급과는 차이가 있을 테지만) 잔잔하지만 약해 빠지지 않았고 묵묵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비교 시음을 위해 등장한 핫하고 핫한 Domaine du Comte Liger-Belair. 동일한 2009 빈티지이긴 하지만 밭이 달라서 (뉘 생 조르주)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와인 메이커의 스타일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도멘 뒤 꼼뜨 리제 벨에어는 르루아에 비해 훨씬 화려했다. 존재감이 확실한 피노누아로 화사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들었다. 부르고뉴 지역에서 포도를 수확하고 와인을 만든 건 훨씬 전이겠지만 도멘 꼼뜨 리제 벨에어는 2000년대 초반에 설립된 곳으로 르루아 마찬가지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과 오가닉 농법을 적용해 빈야드를 관리한다.


내 취향은? 르루아 쪽에 가깝다. 

내 취향은 언제 어디서 바뀔지 모르겠지만...



[시음 와인]

1. Leroy Fixin 2009

2. Leroy Santenay 2009

3. Leroy Vosne-Romanee 2009

4. Domaine du Comte Liger-Belair Nuit Saint Georges Aux Lavieres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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