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와인취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nduwinetasting Nov 08. 2020

샴페인 들고 요리조리

mandu의 와인 이야기 & 테이스팅 노트

샴페인 병을 들고 요리조리 살펴보면 의외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떤 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사용하는지, 빈티지 샴페인 여부, 알코올 함량은 어느 정도인지 (ABV: Alcohol by Volume), 데고르주망 (Disgorgement)은 언제 이루어졌는지, 도사주 (Dosage)는 리터당 몇 그램 정도인지, 어떤 포도 품종을 사용했는지, 어떤 샴페인 스타일인지,  방당주 (vendange, 포도 수확 연도)는 언제인지 등. 샴페인 고르는 데 도움이 되는 친절한(?) 정보이기 때문에 알아두면 좋다. 샴페인 하우스와 더불어 레이블에 표시된 데고르주망 날짜를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일반적으로 빈티지가 아닌 (NV) 엔트리급 샴페인에는 데고르주망 날짜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 언제 출시된 NV 샴페인이지 알 수 없지만 최근 들어서는 엔트리급 샴페인에도 데고르주망 날짜를 표시하거나 QR 코드나 시리얼 번호를 통해 해당 날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데고르주망 날짜가 뭐 그리 대수냐고? 샴페인이 만들어지는 여러 공정 중 데고르주망은 샴페인을 만들 때 발생하는 찌꺼기를 제거하는 공정으로 데고르주망 날짜는 병목에 쌓인 죽은 효모 찌꺼기가 모두 제거된 날짜를 의미한다. 데고르주망 이후에 도사주 (Dosage) 공정을 통해 찌꺼기와 함께 날아간 와인을 보충해주고 당을 첨가하여 당도를 결정한다. 이후 병입을 하고 (bottling) 샴페인은 안정화를 거쳐 시장에 출시된다. 데고르주망 날짜를 통해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있을 테고 숙성되면 느껴지는 견과류, 꿀, 브리오슈 (brioche) 등의 아로마를 느끼고 싶다면 최근에 데고르주망이 이루어진 샴페인보다는 시간이 더 흐른 샴페인을 고르면 될 테다.


일반적으로 샴페인은 샤도네이 (Chardonnay), 피노누아 (Pinot Noir) 그리고 피노 뫼니에 (Pinot Meunier)를 섞어서 만든다. 앞서 말했듯이 와인 양조가들은 (특히 소규모 샴페인 하우스) 샴페인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알리고 있기 때문에 포도 품종을 레이블 뒷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고 블랑 드 블랑 (Blanc de Blancs) 또는 블랑 드 누아 (Blanc de Noirs) 표시를 통해 전자는 화이트 품종, 후자는 레드 품종으로 만들어진 샴페인임을 알 수 있다. 보통, 블랑 드 블랑은 샤도네이로 만들어지거나 (물론 흔하지는 않지만 피노 블랑 (Pinot Blanc) 등 다른 화이트 품종으로도 만들 수 있다) 블랑 드 누아는 피노누아 또는 피노 뫼니에로 만들어진다.


샴페인 코르크는 철사로 만들어진 뮈슬레 (Muselet)이 감싸고 있으며 압력에 의해 코르코가 펑하고 터지는 것을 방지해준다. 뮈슬레 캡에는 샴페인 하우스의 엠블렘이 그려진 경우가 많다. 돔 페리뇽이 처음으로 이러한 장치를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뽀므리 (Pommery) 샴페인 하우스가 처음으로 철사로 만들어진 뮈슬레를 사용했다고 한다. 뮈슬레를 자세히 보면 철사를 풀 수 있는 손잡이 부분이 있어서 여기를 돌려서 코르크를 감싸고 있는 뮈슬레를 제거할 수 있다. 아까운 샴페인을 흘리는 불상사를 막으려면 샴페인을 비스듬히 기울이고 코르크를 한 손으로 막고 다른 한 손으로 샴페인 병 바닥을 천천히 돌리면 된다. 그러면 설레는 '피슉' 소리와 함께 샴페인이 열린다. 


최근에 시음한 샴페인 프레데릭 사바르 루베르튀르 (Champagne Frederic Savart L'ouverture) 뒷면 레이블에도 유용한 정보가 적혀있다. 피노누아 100%로 만들어진 블랑 드 누아로 프리미에 크뤼 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데고르주망 날짜는 2018년 11월인 NV 샴페인으로 사바르의 샴페인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2014년에 수확한 포도 70%와 리저브 와인을 섞어서 만들어지며 마시기에 좋은 샴페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더 숙성시켜서 마실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구하기 어려운 샴페인으로 알고 있기에 더 아쉬웠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블랑 드 블랑보다는 블랑 드 누아를 좋아한다. 그리고 세 가지 포도 품종이 블랜딩 샴페인 중에서도  피노누아 비율이 높은 샴페인을 선호한다. 샤도네이가 섬세함, 생동감, 우아함 등을 담당한다면 (상대적으로 재배하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피노누아는 샴페인 구조나 복합미 등을 담당한다. 나에겐 샴페인 속 피노누아가 '셰프의 킥'으로 느껴진다. 어디까지나 내 와인 취향이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와인이 좋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