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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duwinetasting Feb 28. 2021

드링크 리스트 2

mandu의 와인 이야기 & 테이스팅 노트

지난번 드링크 리스트는 샴페인과 화이트 와인으로 구성했는데 이번에는 피노 누아 (Pinot Noir) 품종의 레드 와인으로만 선택했다. 모레 생 드니 (Morey-Saint-Denis) 지역의 와인은 도멘 듀작 (Domain Dujac) 와인을 처음 마셔보고 좋아하기 시작했다. 지브리 샹베르땡 (Gevrey Chambertin)과 샹볼 뮈지니 (Chambolle-Musigny) 사이에 위치한 곳에서 수확한 포도로 빚어진 많은 와인들 중 조르쥬 리니에 (Georges Lignier) 와인은 처음 마셔봤다. 리니에 가문은 와인 양조를 계속 해온 집안인데 조르쥬 리니에는 유명한 위베르 리니에 (Hubert Lignier)와는 사촌지간이다. 처음부터 와인 양조를 한 것은 아니라고 하던데 그 맛을 보면 DNA와 환경적 요인은 무시할 수 없나 보다. 모레 생 드니를 선호하는 이유는 힘이 있되 우아함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와인 메이커마다 다른 버전의 모레 생 드니를 만들어내긴 하겠지만.


죠르주 리니에의 모레 생 드니 프리미에 크뤼 끌로 데 좀므 (Morey-Saint-Denis 1er Cru Clos des Ormes)는 말린 자두, 레드 체리 등의 과실 향도 좋고 꽃, 허브 향도 올라오는 게 기분이 퍽 좋아지는 와인이다. 게다가 힘까지 갖추고 있어서 몇 년 후 변할 모습까지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났다. 섬세한 와인을 양조하는 것으로 알려진 죠르쥬의 다른 와인도 문득 궁금해졌다. 16 헥타르 빈야드에서는 그랑 크뤼급인 끌로 드 라로쉬 (Clos de la Roche), 본 마르 (Bonnes Mares)와 끌로 생 드니 (Clos Saint Denis)도 생산한다. 그중 프리미에 크뤼급으로는 지브리 샹베르땡 "Les Combottes"와 모레 생 드니 "Clos des Ormes"가 있는데 본거지인 모레 생 드니 와인을 시음할 수 있었다. 처음 마셔본 와인이 만족스러우면 깜짝 선물을 받은 거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2018 빈티지였는데 2010년부터는 filtering도 fining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는 조르쥬의 조카인 Benoit Stehly가 와인을 양조하고 있으며 2018 빈티지의 경우는 산도를 유지하는 쪽으로 포도를 수확하여 산뜻한 산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수확을 늦게 하면 아로마의 복합미는 증가하지만 알코올 레벨이 올라가고 산도가 줄어든다.) 아삭한 천도복숭아의 산도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피노 누아 산도는 딱 좋다.



도멘 아모리 보퍼 (Domaine Amaury Beaufort) "Les Larmes de Divona" 부르고뉴 로제. 사실 조금 놀랐다. 오가닉 와인답게 향이 독특했고 빛깔이 고왔다. 구아바 주스를 마시는 느낌이었는데 어느새 피노 누아로 변해 있었다. 매력이 철철 넘치는 와인이었는데 알고 보니 앙드레 보퍼 (Andre Beaufort) 아들이 만든 와인이었다. 앙드레 보퍼 샴페인을 맛본 사람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와인이었다. 2006년부터 자신의 도멘을 만들어 와인을 양조했고 2014년에 Domaine Amaury Beaufort라고 도멘을 명명했다. 그는 아버지처럼 상파뉴 지역에 머물지 않고 샤블리 근처로  빈야드를 일구었다. 그곳에 샤도네이와 피노 누아 품종을 심고 포도나무를 재배했다. 그는 사람의 개입이 적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여 자연에 모든 것을 맡기는 편이었고 이산화황도 적게 사용한다. 사실 그의 샤도네이와 부르고뉴 루즈도 시음했지만 로제만 마음속에 .


마지막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가 아니라 미국 피노 누아다. 국가가 달라진 만큼 떼루아가 확연히 달라진 것을 와인 한 모금으로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월터 헨젤 뀌베 앨리스 피노 누아 (Walter Hansel Cuvee Alyce Pinot Noir). 4~5년 만에 다시 만난 와인이다. 미국 소노마 카운티 (Sonoma County) 러시안 리버 밸리 (Russian River Valley) 지역의 피노 누아다. 러시안 리버 밸리 지역은 안개가 자주 끼며 기후는 서늘한 편이며 신대륙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로 유명한 곳이다. 확실히 과실 향이 두드러진다. 석류와 크랜베리가 진하게 다가왔다. 월터 헨젤은 품질 좋은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 품종 와인을 생산하는데 그중에서도 뀌베 앨리스는 복합미가 두드러지는 레드 와인이다. 2018 빈티지로 와인 비평가들은 2~3년 후부터 마셔보라고 권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올해 말이나 내년에 더 맛있어질 거 같았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긴 한데 과실 향이 너무 두드러지면 살짝 달다고 느껴지기에 시간이 흐른 후 다른 아로마가 발현되면서 은은해지는 그 지점을 기다리는 편이다.




작년에 정말 많은 와인을 시음했는데 아이폰 11 전원이 제멋대로 꺼지면서 리퍼를 받게 되었고 휴대폰은 리셋되었다. 다른 건 하나도 아쉽지 않은데 족히 5000장은 되는 와인 사진을 다 날려버린 게 아쉽다. 불행 중 다행은 브런치에 기록된 와인은 남았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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