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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duwinetasting Apr 09. 2020

천천히 익어가는 빈티지 샴페인의 매력

mandu의 와인 이야기 & 테이스팅 노트


와인 병에 붙어 있는 레이블을 보면 연도가 표시되어 있다. 쉽게 말해 와인 생산에 사용된 포도를 수확한 해를 가리키며 보통 빈티지 (vintage)라 부른다. 거의 모든 와인에는 빈티지가 표시되지만 샴페인과 포트 와인 (port wine)의 경우는 빈티지 없이도 출시된다. 왜 그럴까? 논 빈티지 (Non-vintage) 샴페인이 생산되는 이유는 여러 해에 걸쳐 포도를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샴페인 하우스마다 일정한 맛과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황이 좋을 경우 포도를 조달 또는 수확하여 보관해두었다가 자연재해를 비롯한 악재 속에서도 일정한 품질의 샴페인을 빚어낼 수 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샴페인은 대개 빈티지가 표시가 없다. 와인 레이블에는 보통 샴페인 하우스와 이름이 적혀 있고 도사쥬 (dosage)도 표시한다. 도사쥬는 샴페인의 당도를 일컫는데 코르크 (cork)로 병을 막기 전에 와인메이커가 당분과 와인 혼합물을 섞어서 당도를 조절한다. 샴페인 브뤼 (Brut)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엑스트라 브뤼 (Extra Brut)가 더 드라이하고 드미 섹 (Demi-Sec)이 더 달달하다고 생각하면 쉽다.


뵈브 클리코 샴페인 BRUT


물론 빈티지 샴페인 (vintage champagne)도 존재한다. 해당 해에 수확한 포도 품질이 좋아서 최상의 샴페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되면 샴페인 하우스에서는 빈티지 샴페인을 출시한다. 떼땅져 꼼뜨 드 상파뉴 블랑 드 블랑 2006, 폴 로저 브뤼 2008 그리고 써 윈스턴 처칠 2008 등은 모두 빈티지 샴페인으로 샴페인 하우스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샴페인이다.


빈티지 샴페인의 매력은 그 깊이와 잠재성이다. 원재료에 대한 세심한 케어, 다시 말해 수확 단계에서부터 농부들은 포도를 정성스레 관리했기 때문에 와인 메이킹 기술이 더해지면 샴페인은 맛과 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와인을 숙성하는 과정에서 병 속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처음에는 단조로웠을 와인이 층층이 아로마와 부케가 생겨나면서 복합미와 깊이가 느껴지는 와인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아이가 부모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으로 인격을 갖춘 하나의 개체로 성장하듯 농부의 땀방울 결실인 포도는 개성을 갖춘 와인으로 탄생한다. 나아가 아이가 어른으로 성숙하듯 인고의 시간을 견딘 와인은 숙성된 면모를 보인다. 빈티지 샴페인은 제대로 숙성되면 고소한 견과류 내음과 아카시아 꿀 향을 보여주는데 정말 매력적이다. 누가 꿀을 한 방울 넣은 거도 아닌데 신기한 일이다.


빈티지 샴페인은 그 잠재성이 놀랍다. 다른 모습으로 숙성될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해당 연도에 수확한 포도의 가능성이 고스란히 와인병에 잠들었나 보다. 그걸 깨워주는 역할은 와인메이커의 양조기술과 내 기다림. 기다리면 반드시 변한다. 처음에 레몬 주스와 같은 시큼한 맛이 지배적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 과도기에는 밋밋한 맛으로 실망할 수도 있다. 그래도 꿋꿋이 기다리면 시간이 흘러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에 두 눈이 번뜩 뜨이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내 빈티지는 19.. 이러면 나이가 나오니깐 패스.

나는 현재 밋밋한 맛이다. 

그래도 기다리면 반드시 변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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