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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와인취향

와인 속 이산화황, 괜찮을까?

by manduwinetasting

와인 레이블을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contains sulfites” 표기를 봤을 것이다. 아황산염(sulfite)은 일부 음식 또는 우리 몸에도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물질로 아황산염에서 비롯된 이산화황(sulfur dioxide)은 식음료나 약품의 산화 방지 및 살균 역할을 한다. 이산화황이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논문이 꽤 있는데 몇 가지 알레르기 반응 중 흔한 것으로 호흡기 자극을 꼽는다. 천식 환자라면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며 드물기는 하지만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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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사례만 놓고 보면 굳이 이 물질을 넣어야 하나 싶지만 이 물질은 와인 산화를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와인이 산화된다면 맛은 물론이고 와인 메이커가 원하는 색을 보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발효 시 효모가 제대로 증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포도 껍질과 씨에서 원하는 화합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해준다.


이산화황 같은 식품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고 와인을 보존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자외선이나 와인에 이미 있는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지만 아직은 실험 중인 방법이니. 그리고 어차피 발효 과정 중 효모로 인해 이산화황이 발생하니 이 물질을 첨가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와인 속에 존재하고 있다.


이산화황 도대체 와인에 얼마나 들어가 있는 거니? 레드 와인보다는 화이트 와인에 더 넣고 산도가 높을수록 덜 넣는다고 한다. 그리고 당도가 높은 와인에도 더 넣어 2차 발효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평균적으로 와인은 80~100ppm 정도의 아황산염을 함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일부 건과일에는 이에 10배에 달하는 양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산화황을 최대한 멀리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이유 중 위의 부작용 이외에도 두통을 들 수 있다. 이산화황이 두통을 유발한다는 것, 사실일까? 이를 굳건히(?) 믿는 사람들에 의하면 내추럴 와인에는 이산화황을 첨가하지 않거나 아주 소량 넣기 때문에 두통이 없다고 한다. 의심 많은 나는 이산화황-두통의 연관성을 확인해 보고자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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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헬스 퍼블리싱(Harvard Health Publishing)에 실린 기사에 의하면 와인 보존제로 사용하는 아황산염은 보통 두통보다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고 한다. 오히려 두통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히스타민(histamine)을 들었는데 히스타민은 포도 껍질에서 주로 발견할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히스타민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다면 혈액 내 히스타민 수치가 높아지면서 혈관이 팽창해 두통이 발생한다. 게다가 알코올 자체가 효소를 억제하는 작용을 하니 히스타민 수치는 더 오르겠지. 두통을 일으키는 다른 원인으로 타닌(tannin)이나 폴리페놀(polyphenol)이 있지만 (이 성분들은 몸에 좋은 것 아니었나?) 명확하게 ‘이것이네!’ 하기에는 좀 부족하다. 솔직히 와인 안주로 먹은 숙성 치즈, 컨디션 저하 또는 섭취한 약 등으로도 두통은 얼마든지 올 수 있으니까.


오스트랄라시아 임상 면역학 및 알레르기 학회(Australasian Society of Clinical Immunology and Allergy: ASCIA) 공식 사이트에서 아황산염 부작용과 어떤 식음료에 이 물질이 들어있는지 찾아봤다. 이산화황 가스가 몸에 들어오면 기도가 반사적으로 수축하게 되고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홍조, 심장박동 수 증가, 천명, 두드러기, 어지러움, 저림, 설사, 기침 등이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천식이나 호흡기 질병을 앓는 환자는 이런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아황산염을 함유한 식음료로는 와인이나 맥주 이외에도 탄산음료, 과일 주스, 인스턴트 차, 잼, 젤리, 비스킷, 빵, 피자 반죽 등이 있는데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이산화황, 괜찮을까? 적정량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물론 식품 보존제가 장기적으로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다 알지 못하지만, 솔직히 불필요한 박테리아나 곰팡이가 마구잡이로 증식해 와인 맛이 일정하지 않고 (심지어 맛없고) 불쾌한 냄새까지 난다면 나는 못 참을 거 같다. 그런데도 와인 속 이산화황이 걱정된다면 내추럴 와인을 마셔보거나 아예 와인을 끊는 게 맞다.


*<마시자 매거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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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홈 레시피판에도 소개.. 되었더라고요! (2023년 6월5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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