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와인취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nduwinetasting Apr 26. 2023

상그리아의 변신은 무죄!

mandu의 와인 이야기

상그리아의 변신은 무죄!


검색창에 ‘상그리아(Sangria)’라 치면 나오는 여러 레시피. 와인에 과일, 탄산수, 주스, 리큐어(liquor) 등을 넣어서 만드는 음료로 뱅쇼(Vin Chaud)가 따뜻한 와인으로 겨울에 마시는 천연 감기약이라면 상그리아는 주로 여름에 시원하게 마시는 과일 칵테일 또는 와인 에이드 느낌이다. 만들기도 쉬운 편이라 오렌지, 사과, 레몬 등을 깨끗하게 세척해 적당한 크기로 잘라 준비해 두고 와인과 취향에 맞게 사이다나 토닉워터를 부어 하루 정도 냉장고에 두었다고 마시면 된다. 요즘은 액상 원액을 판매하기 때문에 여기에 물이나 탄산수를 넣어 상그리아를 마셔볼 수 있다.


상그리아, 너 어디서 왔어?

레드 와인으로 만드는 스페인 전통 펀치 음료(punch drink)인데 지금은 전 세계에서 다양한 조합으로 즐기고 있다. 1964년 뉴욕 세계박람회(World’s Fair) 중 스페인 부스에서 방문객들에게 내온 과일 향 가득 와인 펀치를 시작으로 상그리아는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상그리아의 역사를 찾아보니 중세 시대에 즐겨 마시던 ‘히포크라스(Hippocras)’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와인에 생강, 계피, 육두구와 같은 향신료를 넣어 만드는 전통 음료다. 기본 재료 중 꼭 들어가는 게 와인이었는데 당시에는 마시기에 안전한 물이 없었기에 각종 세균을 없앨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알코올을 넣는 것이었고 과일이나 베리로 홈메이드 와인을 만들었다. 점차 풍미를 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재료를 넣으면서 지금의 모습에 가까워졌을 것이다.


1700년대 유럽에서는 ‘클라레(Claret)’이라 불린 까베르네 소비뇽, 까베르네 프랑 그리고 메를로 블렌딩의 프랑스 보르도(Bordeaux) 레드 와인으로 영국 그리고 프랑스 버전 상그리아를 만들어 마셨고 서인도 제도와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스페인 무역상들이 레드 와인이나 포트 와인으로 ‘생거리(Sangaree)’라 불리는 음료를 제조해 마셨다고 한다.


상그리아는 ‘sangre’라는 단어에서 나온 것으로 ‘피’를 의미하는데 음료가 어두운 붉은빛을 띠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 그러면 레드 와인으로만 만들어야 할까? 아니다!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으로도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맛있는 와인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식재료가 음식의 맛을 좌우하듯 내 입에도 맛있는 와인을 사용해야 손이 자꾸 가는 상그리아를 완성할 수 있다. 나도 만들어봤는데 맛이 없어 남긴 와인으로 만든 상그리아는 그저 그래서 사이다를 엄청 부었던 기억이 난다.


본격적으로 상그리아를 만들어볼 차례! 다양한 조합으로 상그리아를 만들 수 있는데 창의성을 발휘해 나만의 레시피로 만들어볼 수 있다. 준비할 기본 재료는 와인과 과일 그리고 단맛을 더해 줄 사이다나 과일 주스와 풍미를 더해줄 다른 종류의 술 등이 있다.


나만의 레시피로 마음껏 즐겨보자! (출처: foxandbriar.com)


기본이 최고지, 레드 와인으로 만드는 상그리아

과일이나 주스 등이 단맛을 낼 테니 레드 와인 중에 단맛이 덜하고 타닌이 두드러지지 않은 와인을 선택하면 좋다. 와인을 골랐다면 사과, 오렌지 그리고 레몬을 잔에 들어갈 정도의 적당한 크기로 손질해 둔다. 코카콜라 슬림 캔 정도의 포도 주스나 파인애플 주스를 준비하고 브랜디가 있다면 조금 섞으면 좋지만 없다면 과감히 생략한다. 유리병에 손질한 과일을 넣고 와인 1병 (750ml)과 주스를 콸콸 쏟아붓는다. 잘 저어주고 단맛과 톡 쏘는 청량감을 느끼고 싶다면 사이다나 토닉 워터를 넣어준다. 하루나 반나절 정도 냉장고에 보관해 과일이 잘 우러나도록 한다. 예쁜 잔에 과일과 얼음 조금 넣고 부어주면 끝!


모스카토 스파클링 와인으로 청량감과 달콤함을 한 번에!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달달한 모스카토 품종의 스파클링 와인을 준비한다.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고 싶다면 로제 스파클링 와인을 추천한다. 제철 혹은 냉동 과일을 준비하면 되는데 딸기, 블루베리, 사과, 복숭아 등 제각기 다른 색과 모양으로 화려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너무 단 느낌이 난다면 물이나 탄산수로 희석해도 좋다. 과일 맛이 음료에 다 녹아들지 않아도 맛있기에 냉장고 잠깐 두었다가 바로 마실 수 있어 편하다. 집에서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면 웰컴 드링크로 제격이다.


가벼운 느낌의 화이트 상그리아

소비뇽 블랑이나 드라이 리슬링 1병을 준비한다. 미모사(Mimosa) 칵테일 느낌으로 오렌지 주스를 사용하고 마찬가지로 제철 과일을 준비한다. 탄산수, 토닉 워터나 사이다로 단맛을 조절해 주고 하루나 반나절 냉장고에 두었다가 꺼내 마시면 된다. 화이트 상그리아는 좀 더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한여름에 더 절실하게 생각이 난다. 여기에 보드카 조금과 민트까지 올려주면 모히토(Mojito)와 상그리아를 동시에 맛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이볼(Highball)만큼이나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상그리아. 나만의 레시피로 마음껏 즐겨보자.



*<마시자 매거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대표 이미지 출처: Sweet & Savory

매거진의 이전글 가짜 와인, 구별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