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터틀 Nov 15. 2020

티베트 불교와 옥자

촐라캉 사원을 둘러보고 그 단지를 끼고 있는 순례 길인 코라라운딩으로 나섰다. 코라라운딩은 마니차와 타르초 그리고 돌멩이에 새긴 옴마니밤메움이 놓인 40분에서 50분 코스의 산책로이다.

마니차는 불교 경전이 들어있는 원통형 경통으로 사람들이 돌리면 석가모니의 말씀이 사방으로 퍼져 온세계가 평화로워진다고 한다. 타르초는 형형색색의 발로 108개로 이루어져 망자를 좋은 곳으로 데리고 가는 깃발이란다.


길을 물어 코라라운딩으로 가는 길, 사람들과 차들이 비탈길에 웅성대며 모여있었다. 가까이 가자 트럭이 차도가 아닌 산길에 박혀있었다. 견인차가 트럭을 끌어올리고 있었지만 역부족인 것 같았다. 50명의 사람들이 어디선가 모여 경찰과 함께 여러 지 방법을 의논하고 있었다. 5분쯤 지나자 견인차와 장정들의 힘이 더해져 트럭이 차도로 나왔고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차도의 경사가 평시 40도 이상이 되는 이곳 히말라야에서는 늘상 벌어지는 일 같았다.


코라라운딩의 초입에 다다르자 알록달록 어여쁜 조형물이 우리를 반겼다. 그래피티와 타르초 그리고 마니차가 한데 어우러져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타르초, 마니차 모두 둘 다 불교 경전이 쓰여 있어 이것을 돌리거나 바람에 나부끼게 한다면 온 세상에 부처님의 섭리가 널리 퍼진다고 하다. 정성스럽게 가꾼 라마교의 상징물들은 교회의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글씨를 몰라도 경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장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의 막바지에 낯익은 승복을 입은 무리가 있었다. 바로 우리나라 스님들이었다. 이곳 맥간은 우리 같은 여행자보다 요가 수행자, 불가 수행자 등 영적 체험을 하러 오는 사람들의 비중이 더욱 높아 보였다. 길거리 어디에서나 명상(meditation), 요가(yoga)와 관련된 세미나 포스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짧은 산책로였지만 금세 꺼진 배를 채우러 망명정부에서 운영하는 식당인 “샹그릴라”로 갔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한 티베트 승려분께서 오셔서 한국인이냐고 물어보시더니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아냐고 물어보셨다. 이미 봤다고 이야기하니, 내일 육식 반대 행사의 일환으로 옥자를 상영한다고 소개해 주셨다. 옥자를 이곳에 와서까지 보러 갈 생각은 없었지만 한국영화가 환경운동의 화두가 된다고 생각하니 왠지 자랑스러웠다.

스키장과 리조트가 즐비한 우리나라의 등줄기인 태백산맥보다 동물이 자유를 누리는 이곳, 히말라야 산자락이 왠지 옥자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주문한 음식 중 복숭아 티가 너무 맛있었다. 따뜻한 복숭아 티였는데 비를 약간 적신 우리의 몸을 노곤 노곤하게 녹여 주었다. 은숙은 복숭아 티를 어떻게 만들었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카운터 아래에서 꺼내 든 복숭아 티 원료는 립톤 원액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카운터 아래를 우연히 보게 된 나는 그곳에 더 이상 머무를 수가 없었다. 바퀴벌레 백만 마리가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은 바퀴벌레의 샹그릴라이구나.’하고 빨리 자리를 떴다.

이전 05화 달라이 라마, 리사이클링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