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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터틀 Dec 09. 2020

캐시미어와 에콜로지 센터

오늘은 라다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3박 4일의 빡빡한 일정을 한 만큼 오늘은 좀 늑장을 부리기로 했다.


점심쯤 기상해 우리는 캐시미어 가게로 향했다.

캐시미어의 어원인 카슈미르에 왔는데, 캐시미어를 사지 않는 건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시벅 톤(Seabuckthorn) 음료를 샀다. 라다크 지역은 살구로도 유명하지만 비타민 열매라고 불리는 시벅톤이 많이 생산된다고 한다. 레몬 100배의 비타민이 들어있다고 하니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했다. 시벅톤 음료는 달콤 시큼했다. 색다른 맛의 비타민이 느껴졌다.


첫 번째 캐시미어 가게에 들어갔다. 크게 맘에 드는 것은 없었는데 우리가 루피가 없어 돈을 바꿔야 한다고 하자, 본인들이 바꿔준다며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기다리면 환율도 좋게 해 준 단다. 어떤 남자분께서 씩씩거리며 돈뭉치를 들고 오셨다. 환전하는 곳이 아닌 곳에서 바꿔도 될까? 하고 망설였지만 결과적으로 환율도 더 좋고 편하게 바꿀 수 있었다.


두 번째 캐시미어 가게로 들어갔다. 3대가 하는 곳으로 생김새도 이탈리아 사람처럼 생겨서 행동도 패셔너블한 이탈리아 사람 같았다. 다른 곳은 인도 스타일의 디자인이 많다면 이곳은 유럽 스타일의 디자인들이 많았다. 다만, 장삿속에 밝아서 많이 깎아주지 않았고 특유의 느끼함이 철철 넘쳤다. 자꾸 스카프를 메어주면서 가슴 언저리를 터치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이곳이 성추행의 천국, 인도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던 나를 자책했다.

사실 인도 사람들은 유럽인과 생김새 차이가 크게 없다. 피부 톤을 제거하고 본다면 유럽인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그것은 인도 북부에 사는 사람들과 유럽인은 뿌리가 같은 아리아 인이기 때문이다. 단, 이곳 라다크 사람들은 티베트 출신들이 많기 때문에 이곳에는 몽골과 유럽의 얼굴들이 섞여서 살고 있다. 

이탈리안 같이 생긴 인도인에게 얼굴을 찌푸리고 가게를 나왔다.


오늘의 주 목적지인 에콜로지 센터로 향했다.

라다크에 오고 싶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의 "오래된 미래"를 읽었기 때문이다. 에콜로지 센터는 라다크 생태 발전 그룹(Ladakh Ecological Development Group)에서 운영하는 센터이며 1983년  라다크 지방의 생태 보전을 위해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가 설립했다고 한다.

에콜로지 센터는 예쁜 흙집이었다. 센터의 운영시간은 오후 5시까지인데 우리는 4시 45분쯤 도착하였다. 센터의 직원에게 설명을 듣고 싶다고 하니, 전시관의 열쇠를 센터장이 가져갔고 우리는 설명을 들을 수 없다고 했다.

너무 아쉬운 마음에 외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직원 분이 열쇠를 찾았다고 소리쳤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곳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쉬웠지만 여하튼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특별하게 눈에 띄는 전시는 아니었지만, 라다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과거 라다크는 자급자족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카우치 포테이토가 되어 정크 푸드만 먹고 산다. 오히려 과거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가 있다는 책 내용을 시각화 한 전시였다.

책을 통해 이미 산업화된 라다크와 레의 문제점에 대해 알고 왔지만, 이곳에 처음 왔을 땐 동남아 어느 시내와 다르지 않은 메인로드를 보고 실망이 컸다.


하지만 여행 기간 동안 라다크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구김 없이 솔직하며 항상 미소 가득이었다. 또 매사에 성심 성의껏 진심으로 행동했다.

무엇보다도 티 없이 순수했다.


이들이 바로 오래된 미래의 모습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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