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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터틀 Dec 09. 2020

일출

새벽 5시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일어났다. 


‘오늘도 비가 내려 판공초를 못 보면 어떻게 하지?’ 


일출은 물론, 호수의 에메랄드빛을 못 보게 된다.

더 걱정되는 건 산사태가 나면 레에 돌아갈 수 없다. 우리는 이틀 뒤 델리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텐트 문을 떨리는 마음으로 열었다. 하늘은 구름 가득이었지만 맑았다. 

우리는 수변으로 갔다. 호수 근처에는 사람들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해가 떠올랐다. 해는 구름에 가려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떠오르는 태양에 반사되는 구름, 호수, 산, 만년설, 하늘 빛깔이 너무도 다채롭고 예뻤다.


한동안 하늘의 변화를 관찰하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이렇게 자연은 우리에게 평화를 주는구나. 지금의 시간과 한국에서의 시간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자연과 인공의 차이이지 않을까? 돌아가서도 자연과 되도록 가까이 있어야지. 어렵겠지만.


스팡믹을 떠나 세 얼간이 촬영 장소로 갔다. 세 얼간이 촬영 장소에는 각종 입간판과 대여 시설이 있어 이곳이 슈팅 포인트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조금 더 다가가자, 탄성이 나왔다.

해가 올라오니 판공 호수의 색이 너무 뚜렷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아마 천상계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사진을 찍고 또 찍어도 담기지 않았다. 이곳에는 아마 다시 못 올 텐데. 눈에 아름다운 바다색을 담기 위해 열심히 바라보았다. 

바다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이 되어 우리 앞에 있다.


알 이즈 웰. 한국으로 돌아가야지. 다 잘 될 거야.

    


판공초에서 레 가는 길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도로인 창라패스를 통과한다.

비가 온 후여서 인지 햇볕은 강했다. 라다크는 일교차가 심하다. 낮에는 30도까지 올라갔지만 밤에는 패딩을 입어도 추울 정도의 영하로 떨어졌다. 여름에 여행한다고 여름옷만 챙겨간다면 감기와 고산병에 여행을 망칠 수 있다. 짐이 되겠지만 초겨울 옷은 필수로 챙겨야 한다.


나는 창라패스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당황스러웠다. 인도 병에 걸린 것이다. 다행히 열은 나지 않았고, 설사를 반복했다.


우리는 창라에서 내려와 레에 들어가기 전 틱세곰파에 들렀다. 라다크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곰파라 엽서 등에 많이 나오는 곳이다.

틱세 곰파 내부에는 색 모래로 만든 만다라가 있었고 붉은 장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이곳의 스님들께서는 세상에 어떤 주문을 한 것일까’ 


밖으로 나오니 창틀 사이로 레 전경이 보였다. 

라다크를 볼 수 있는 날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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