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호텔로 돌아왔다.
다시 판공초로 출발하기 전 휴식을 취하며 보스와 대화를 나누었다.
라다크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아크바. 라다크 사람들은 개방된 지금이 행복하니? 라다크 사람들만 살던 옛날이 행복하니?”
“난 개방된 후가 더 좋다고 생각해. 그전에는 너무 배고팠어. 인도인의 40퍼센트는 하루에 한 끼도 먹지 못해.
집은 당연히 없지. 라다크 개방 후 먹는 문제는 훨씬 나아졌거든.
이곳 라다크에서 부를 가장 많이 갖은 사람들은 관광업 종사자이고 두 번째가 군인들이야. 다음은 농사짓거나 유목하는 사람들이지.
빈곤문제가 해결된 지금이 더 행복한 것 같아.
인도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 하지만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종교 갈등과 카스트 문제 때문이야. 정치인들은 종교 갈등을 일부러 이용하고 있어.
모디 총리는 브라만이지만 카스트제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어. 하지만 일반 인도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카스트 제에 따라 살고 있어.
이 때문에 자원도 많고 스마트한 사람들이 많은 인도가 정체되어 있는 거 같아.”
보스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는 할 순 없었다. 22일간의 짧은 우리의 일정은 라다크의 속사정을 알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또 이곳에 온다면 마을마다 머물며 더 많은 라다키와 만나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린 판공초를 봐야 하고 이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늦어졌지만 판공초의 일몰을 보고 싶었다.
판공초로 가는 길, 모래가 흘러내려 형성된 세모난 선상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선상지가 더 뚜렷하게 보이는 지형을 포착하기 위해 사진을 계속해서 찍으며 달려가고 있는데,
알리가 차를 세우더니 우리에게 빨리 내려 마모트라는 것을 보라 했다
우리의 눈앞엔 쥐도 아니고 강아지도 아니고 토끼도 아닌
어떤 생명체가 서 있었다.
그런데 너무 귀여웠다.
크기는 사람 손바닥만 한 것에서 사람 머리만 한 것까지 다양했는데. 비가 와서인지 죄다 굴 밖에 나와 있었다.
마모트는 도망가지도 않고 사람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굉장히 순한 동물 같았다. 군복 입은 한 분은 마모트 다리를 끌고 장난을 쳤다.
우리는 사진을 연신 찍긴 했지만, 왠지 햄스터 같은 이빨이 무서워서 만지지는 않았다.
마모트의 친근한 행동과 귀여운 용모에 한순간 마모트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마모트 털에는 페스트균이 있어 절대 만지면 안 된다고 한다.
귀엽지만 무서운 아이였다.
마모트를 보고 두변을 둘러보니 야크와 말 등이 엄청 많았다. 이곳은 3500M의 고산이지만 평평한 지형이라 유목민이 많은 것 같았다. 야크와 소의 교배종으로 보이는 조(Dzo)도 꽤 되는 것 같았다. 많은 동물이 살고 있는 이곳이지만 라다크 지방은 우리가 거쳐 왔던 마날리나 맥간보다는 훨씬 깨끗해 보였다. 최대한 청결하게 주위를 정돈하는 느낌이었다.
알리가 우리를 불렀다. “저기 끝에 보이는 게 판공 레이크야!”
우리는 눈을 비볐다. 지평선 끝에 에메랄드빛이 반짝였다. 마치 지중해의 바다를 히말라야에 그대로 퍼다 놓은 느낌이었다. 서둘러 판공초 초입 마을인 스팡믹에 도착했다.
오늘의 베이스캠프는 텐트다. 침낭, 바람막이, 경량 패딩 등 방한을 위한 모든 것을 오늘을 위해 챙겨왔다. 그러나 웬걸, 난방은 안 되었지만 게르 같이 견고했다. 또한 샤워시설을 갖춘 화장실이 완비되어 있었고 이중으로 되어 있어 온기가 있었다. 판공초의 일몰을 기대했으나 날은 금방 저물었고 텐트 근처의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한 후 내일의 일출을 기대하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