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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Jan 03. 2020

베이비 페어를 꼭 가야 하나요?

첫 아이였지만 나름의 육아용품에 대한 기준이 있었다.

입에 넣는 놀잇감은 원목으로 된 것, 국민 육아 템으로 불리는 건 이유가 있으니 똑같이 살 필요는 없지만 지인이 준다고 하면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오자 라는 마음이었다.

덕분에 임신 전부터 아기 식탁의자, 모빌, 바운서... 필요한 것들은 내 방구석을 채우고 있었고 임신 소식을 듣고선 몇몇 지인이 아기가 쓰던 물품을 깨끗하게 닦아 주곤 했다.

임신 기간 동안 맘 카페에서 이런 글, 저런 글 열심히 찾아봤다.

주기마다 찾아오는 통증, 뱃속 아기의 증상이 비슷한 경우도 있고 생소한 경우도 있었지만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중 엄마들이 올린 육아용품 리스트를 찾아봤다. 

기저귀부터 수유쿠션, 젖병.., ‘셋째 맘이 꼭 필요한 것만 골랐어요’, ‘첫째 맘이 유용하게 사용한 리스트’를 챙겨보며 꼭 필요한 것 위주로 사봤다..

처음 엄마가 되어 아기에게 가장 좋은 것, 깨끗한 것을 주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먼저 경험한 지인들이 좋은 거 비싼 거 사서 몇 달 못 쓴다고 웬만하면 받아서 쓰고 중고로 사라고 조언해주었기에 나는 아기가 태어나면 굳이 비싼 거만 고집하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아기용품의 전람회 같은 ‘베이비페어’도 가보고 싶었지만 예쁘고 좋은 물건, 비싸고 좋은 걸 보면 열심히 사 올 것을 알기에 최대한 가지 않기로 남편과 얘기했다.

게다가 베이비페어에 가게 되면 겪을 주차전쟁을 경험하고 싶진 않기에 집 가까운 곳에서 열려도 아 이번에 열리는구나, 가보고 싶긴 하네, 이러고 말았다. 


대신 내가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본 건 요즘 유행하는 중고마켓이었다.

주로 내가 살고 있는 집 주변에서 올리는 물건을 찾아봤고 먼 지역은 택배로 받았다.

중고라고 무조건 산 건 아니었다.

구입 연도, 사용기간, 첫째 아이가 사용한 것 혹은 사용 정도를 따져 가격이 합리적인가 등을 알아보았다. 

처음으로 구입한 건 산전복대였다. 중고인 만큼 절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고 생각보다 비싸다, 는 생각이 있었지만 한 개 가격으로 다른 종류를 구입할 수 있으니 이득인 셈이었다.

그렇게 중고마켓에 재미를 붙여 사용하지 않은 젖병 소독 솔, 구입하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유축기, 아기 침대까지 저렴한 가격대에서 이용했다.

처음 경험해 본 신세계였다.

한편으론 불편한 점도 있었다.

시어머니와 친정엄마는 그래도 첫아기인데 중고로 사면 어떡하냐며, 아기용품 얼마나 한다고 구박을 하기도 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돈 아껴서 아기 교육비로 쓸 거라고 아기 크면 하고 싶은 게 많을 텐데 다 저금할 거라고 큰 소리를 쳤다.

교육비야 점점 돈이 많이 드는 건 당연한 것이니 어른들도 그러려니 하는 모습이 보였다.

중고로 구입한 것 중에 가장 빛을 발한 건 아기가 집에 갈 때 필요한 카시트였다.

아직 아가라 정식 카시트에 두기에는 너무 작아 바구니 카시트라는 것을 구입했는데 이곳저곳 들고 다닐 수 있어 차에서 병원으로 이동할 때 유용하게 사용했다.

물론, 엄마나 아빠가 아기를 안거나 아기띠를 할 수 있었지만 가능한 관절 사용을 안 하겠다는 다짐으로 무조건 아빠가! 무조건 바구니 카시트에 넣어 이동했다. 

덕분에 내 관절은 잠시나마 소중하게 지켜냈고 어디서나 포근히 잠들어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점도 있는데 제품의 사용설명서가 없다거나 부품이 빠져있어도 잘 모른다는 거다. 

중고마켓을 이용할 때는 이 점을 꼭 체크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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