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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Jan 03. 2020

아기 엄마가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출산 전에는 몰랐던 젖먹이 아기 엄마의 일상

“으앙, 으앙, 으앙”

분유를 젖병에 타서 먹여보지만 아기는 엄마 젖이 먹고 싶어 한참을 울었다.

이렇게 넓고 큰 호텔에 수유할 곳이 마땅치 않다니... 호텔 투숙이 아닌 뷔페를 이용하러 왔기에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수유 가리개를 놓고 수유를 하기엔 불편한 감정이 일어 남편을 재촉해 서둘러 차로 이동했다.

엘리베이터를 급하게 타자 옆에 계시던 아주머님이 “아기가 많이 더운가 봐요, 그래도 벗기면 추우니까 입히고 있어야죠, 아기는 금방 커요, 힘내요” 하고 엘리베이터를 내리신다.

우는 아기를 안고 이동하는 남편의 등줄기에선 땀이 흘렀을 것이다.

뷔페를 만족스럽게 먹고 나와 평소처럼 유산소 운동을 해주어야 하는데 자신의 예상과 달라졌으니 말이다. 

엄마는 어딜 가던 사전조사를 하고 간다.

이곳 호텔 뷔페를 미리 방문한 엄마는 호텔에 수유실이 없다고 써두었다.

나는 알고 있었지만 긴 시간 방문하는 것은 아니니 괜찮을 줄 알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유 가리개도 가방에 챙겨 넣고 왔지만 혹시나 하는 조급한 마음에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우리 이제 가자”

“여기까지 왔으면 호텔 구경하고 가야지”

“알았어, 조금만 보고 가자”

호텔 내부에 예쁜 트리도 보여주고 수영장을 좋아하는 남편은 수영장을 찾아본다.

“지금도 하고 있네, 언제쯤 아기랑 같이 올 수 있을까?”

“당분간은 힘들어, 수영장은 여러 사람이 쓰는 거라 아기에겐 무리야”

로비 층으로 이동하니 아이들을 위한 과자집이 보인다.

아기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하지만 아기 얼굴이 점점 굳어진다.

“아기 불편한가 봐, 화장실에 가야 하나” 

“화장실 좀 찾아봐봐”

엄마는 불편한 마음이 들어 얼른 화장실부터 찾는다.  

호텔 한쪽에 앉아 분유 탄 젖병을 물려보는데 이게 아니란다.

이제 백일이 지난 아기는 좋고 싫음이 조금 분명해졌다.

엄마가 타 준 따뜻한 젖병도 먹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엄마 가슴이 더 좋은 거다. 

엄마 가슴은 졸려하고 배고플 때 많은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나는 졸린데 엄마 가슴을 물 수 없다니! 

엄마가 물려주는 쪽쪽이로도 만족이 안된다. 그때 ‘으앙’ 하고 울어버리는 아가...

엄마인 나는 아기가 불편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속상하고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깝다.

지난번 고급 식당에 갔을 때도 그렇다. 

수유 가리개도 젖병도 다 챙겨갔는데 분위기가 너무 조용하고 불편해 보여 수유 가리개를 꺼내 수유했지만 결국은 가족용 화장실에서 수유를 했다.

다행히 아주 깨끗하고 앉을 수 있는 의자도 있어 그나마 가장 좋은 환경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바깥 외출은 공간이 넉넉한지 아기와 함께 했을 때 불편함이 없는지 기저귀 갈이대와 수유실은 있는지 꼭 사전조사를 한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허용하는 곳은 백화점, 키즈카페 정도가 전부다.

오늘도 엄마인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육아맘은 방황한다.

엄마들의 모임은 어디서 할지, 기저귀 갈이를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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