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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Jan 06. 2020

이게 산후 우울증인가요?

초보 엄마의 산후우울증 극복기

이게 산후 우울증인가요?

조리원에서 돌아온 후 산후 도우미 이모님이 3주간 와계셨다.

이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혼자 육아해야 할 테니 이 시간을 즐기자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 하면 재밌게 보낼까 생각했다.

낮잠을 자는 게 가장 최선이었지만 기침이 계속 나와 여간하면 잠자는 게 쉽지 않으니 다른 쪽으로 시간 보내기를 선택했다.

핸드폰으로 검색하다 유령 블로거로서 내 블로그를 운영하진 않지만 좋은 글이 있으면 댓글을 남기기도 하고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중 스페인어 공부가 눈에 들어왔다.

올해 초 가지 못했던 스페인이 생각나며 '지금이 딱이야' 생각했다.

고민할 겨를 없이 신청, 블로그 이웃분들과 채팅 창을 만들어 주최하신 블로그 이웃 분이 올려주신 강의 자료를 기초로 공부하고 유튜브로 자료를 들어 발음과 문법을 공부할 수 있었다.

흔히 사용하던 단어들은 아니었지만 자주 익숙하게 듣다 보니 재밌었다.

좋아하는 스페인의 꿀차 도밍고가 일요일을 뜻하는 것도 공부하며 알게 됐다.

아기에게 수유를 할 때도 유튜브 강의를 들으며 발음을 연습하고 아기를 상대로 대화를 구사해봤다.

처음 일주일은 그럭저럭 해낼 수 있었는데 아기 보느라 피곤이 쌓이고 문법은 어려워지니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겨우 겨우 과제를 할 뿐이었다.

주말 새벽시간을 이용해 몰아서 며칠 동안의 과제를 하고 인증하고 다들 잘하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속상하고 스트레스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공부는 해야 하는데 시간은 없고 아기는 울고 식탁 위에 놓인 빵칼이 보였다.

아기가 저기 가까이 있으면 다치겠지?

순간의 생각인 줄 알았는데 그때부터 생각은 구체적으로 보이는 도구는 더 다양하게 머릿속에서 아기를 해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며칠이 너무 괴로워 결국에는 공부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놓아버리고 잠을 푹 자고 스트레스가 심한 날은 추운 겨울이었지만 아기를 데리고 외출을 감행했다.

어느 날에는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버렸다.

머릿속으로 아기를 해치는 상상을 한다고... 떨쳐내려고 하는데 왜 없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아기 낳은 경험이 있는 지인은 본인은 아기를 끓는 물에 넣으면 아기가 아프겠지?라고 생각을 했다고... 그런 생각이 심해지면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경우가 있고 아기 낳고 나면 많이들 그런 거 같다고 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었고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내가 아기를 해치는 생각이 있다, 이게 이상하게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멈춰지지 않는다, 말하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던 남편도 일찍 들어와 카페에서 1시간이라도 쉬고 오라고 했다.

임신 때부터 산후 우울증이 올까 봐 책도 많이 읽고 준비를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우울감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엄마’라는 역할을 잘하려다 보니 생긴 감기 같은 건가 보다.

나는 오늘도 산후 우울증을 견디려고 글을 쓰고 노래를 듣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외출을 나간다.

아기가 울 때를 대비해 가방 안에 아기 용품을 한가득 싣고 유모차를 벗 삼아 다녀온다.

이렇게 다녀오면 우울했던 감정에서 조금 해방이 된다.

동네 카페에서 친한 사장님도 만나고 거리에 강아지를 아가에게 소개해 주기도 한다.

우리에겐, 엄마에겐 각자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필요한 거 같다.

스트레스받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해결하지 못할 때 산후 우울증은 감기처럼 다가와 내 몸을 해치는 것 같다.

엄마들이여, 우리 감기처럼 다가오는 우울증에 당하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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