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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Jan 09. 2020

야채 많이 넣어주는 건강한 피자야!

육아 이전에 임신부터.

새로운 입맛, 아니 여전히 비슷한 취향

임신 초기 임산부인 나는 미식 미식 거린다는 느낌이 뭔지 이제야 느꼈다.

텔레비전 프로에서 나오는 임산부 전용 단어인 “미식거리다” 는 말이 온전히 다가올 줄이야...

하루는 밥을 짓는데 나는 냄새가 싫어 한쪽 구석으로 옮겨놓기도 하고 냉장고 냄새가 싫어 열지 못한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 아가가 아직은 적응 중인가 보다, 생각하곤 하루하루 지나가길 바랬다.

주말 저녁 퇴근한 남편이 돌아와 저녁을 먹으러 갔다.

“뭐 먹으러 갈래?”

“몰라, 일단 나가보자!”

임신을 하고 나선 먹고 싶은 메뉴도 없고 입맛도 없어졌다.

우리 지난주에 갔던 곳으로 가볼까?”

“아니 거긴 맛있는 게 없어, 우리 반대 방향으로 가자”

차 덕후인 남편은 차가 긁히는 게 싫어 주차장이 좋거나 한적한 곳을 가는 좋아한다.

“오늘만큼은 내가 먹고 싶은 걸 찾을 거야!”

“아, 저기야 저기!” 건물 꼭대기에 피자 간판이 있는 곳이다.   

“저기 피자 맛있었어!”

“피자? 괜찮아? 밀가루데...”  

“응~ 저기 야채 많이 넣어주는 건강한 피자야.

 내가 전화해볼게”

“지금 가도 되나요?”

“네~”

늦은 시간이라 오지 말라고 할까 봐 걱정했는데 방문해도 된다는 대답을 듣고 빠르게 차를 돌렸다.

“저희 피자 한판이랑 어니언링이요”

바삭바삭, 고소한 피자에 어니언링이라니! 오늘 하루 종일 입맛이 없었는데 이제야 기운이 난다.

돌아가는 길에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빠, 내가 책에서 봤는데 애기가 먹고 싶다고 새벽에 먹는 건 다 살로 간데, 임신했으니까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고 임산부의 욕심이야”

“내가 새벽에 딸기 사 오라고 시키지 않아서 너무 좋지? 나 같은 사람도 없을걸~!”  

임신해도 절제해서 먹고 건강한 음식 위주로 먹으려고 애썼다.

아보카도와 토마토로 과카몰리를 만들어먹거나 곡물빵으로 샌드위치를 해 먹거나.. 전자레인지에 밥을 데워 먹으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느 순간부터는 전자레인지 코드도 빼 두었다.


임신 3개월 때부터 5개월까지는 토마토가 맛있어서 새벽에 일어나 방울토마토 10개를 씻어 먹기도 했고 어느 날에는 자두, 어느 날에는 망고가 맛있었다.

치킨, 족발, 찜요리... 야식 배달을 시키고 싶은 날도 많았지만 살찐다는 이유로 건강하고 절제된 식단을 먹으려 했다.

그런데, 임신 후반기에 들어서 허기가 지고 힘이 드니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것도 일이었다.

집 근처 가게에서 김밥과 라면, 멸치볶음, 미역줄기 반찬을 사서 먹고 오곤 했다.

라면이 몸에 안 좋지만 너무 맛있어서 이틀에 한 번씩 먹은 날도 있었다.

임신하면 입덧을 하느라 못 먹는 사람도 있다는데 그에 비하면 그때그때 달라지는 입맛으로 이것저것 잘 먹을 수 있던 것 가히 축복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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