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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Jan 10. 2020

아버님과 아가와의 백일 사진은 왜 남겨놓지 않았을까

평범하고 싶은 날

오늘은 유난히 햇살이 밝아 보였다.
미세먼지 수치가 보통인 걸 확인하고 아가와 산책을 나갈까 고민하다 이 햇살을 느끼며 낮잠을 자도 좋겠구나, 생각했다.
어제 새벽 동트기 전에 잠들어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요 며칠 시아버님의 병세가 악화되어 어머님은 병원에서 자리를 지키시고 남편은 병원과 집, 일터를 오가며 지내고 있다.
일하는 것 만으로 24시간이 모자란 사람인데 너무 안쓰럽다.
나는 감정적인 사람이 아닌 줄 알았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애써 힘듬을 견디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리고 슬픈 것이 느껴진다.
세상에 태어나 어머니, 아버지를 일찍 여읜 사람들은 얼마나 슬플까...

아버님이 지난해 중순 폐암 3기 진단을 받으셨다.  하시던 사업이 있어 정리도 하고 방사선 치료를 위해 매일 서울에 있는 병원을 오가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꾸준히 항암치료받으며 씩씩한 모습이었는데 어느 날 폐에 물이 차고 그 이후론 점점 악화되고 있다.

지금은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로 생을 연명하고 계셔 나는 묵묵히 바라볼 뿐이다.
뒤돌아보니 후회되는 일은 왜 이리 많은지...

아버님과 아가와의 백일 사진은 왜 남겨놓지 않았을까.

싫다고 하시면 간단하게라도 찍어둘걸...

나는 아버님이 금방 회복되실 줄 알았다.
함께 여행 가자고 하면 지금은 불편하니 나중에 가자고 하셨는데...

헤어진 연인들은 다시 짝을 찾기라도 하는데 가족들은 그저 황망히 사진과 영상으로 떠난 분을 기억할 수 있다.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에서 돌아온 남편은 병원의 급한 연락을 받고 다시 나갔다.
늦을 수도 있으니 기다리지 말라고, 늦어지면 병원에서 자야 할 것 같다고... 씩씩하게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오늘 이 밤은 왠지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다.

오늘도 잠들기 전 기도한다.
아버님이 건강해져서 우리와 오래오래 계시길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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