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곰 Jan 11. 2020

"아빠 목소리 듣고 싶다"

오늘 밤도 무사히 지나가길.

병원에 다녀온 남편과 한참 이야기도 나누고 아가 목욕도 시켰다.

어제 새벽에는 혼자 한참이나 울다 잠들었는데 오늘은 텔레비전도 보고 시끌벅적 사람 사는 것 같다.

아버님의 건강에 차도가 생기거나 좋아져서 분위기가 밝아진 게 아니라 그저 오늘은 넘길 수 있을 거란 마음이다.

장례식은 어떻게 치러질지 아버님 사업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이야기하다 예전에 함께 갔던 여행이 생각났다.

벚꽃길 아름다운 춘천, 구비구비 부귀리 벚꽃길..

“우리 4월만 해도 벚꽃 구경 다녀왔잖아”

“기억나, 조금 힘들긴 해도 즐거웠어”

나는 아버님, 어머님과 함께 가기 일주일 전에 이미 다녀왔기에 다시 가는 것이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님과 함께한 마지막 벚꽃길이었다.

임산부의 몸으로 사촌형님의 결혼식을 마치고 가느라 제법 피곤했지만 기뻐하시는 부모님 모습에 즐거워하며 사진도 찍었다.

생각에 잠긴 남편이 좀 울어도 되냐고 묻는다.

평소, 군대 다녀온 이후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며 남자다운 면모를 자랑하던 사람인데 아버님의 건강이 나빠진 이후로는 연일 눈물이 나는가 보다.                                             

"아빠 목소리 듣고 싶다, 아빠 보고 싶다, 돌아가시기 전에 꿈속에 오시겠지?"

항암치료와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이어가고 있는 아버님의 목소리를 이제는 들을 수가 없기에 더 안타까운 마음을 안다.


"우리 생일 때랑 사진 찍어둔 것도 있고 영상도 있어 , 내가 아버님 목소리 들려줄게 기다려봐"

남편은 잠이 들고 나는 이앓이 하느라 잠 못 드는 아가를 데리고 사진첩을 한참이나 뒤져본다.

분명, 여기 찍어뒀는데...

생일 때마다 노래도 함께 불렀는데...

아무리 찾아도 아버님 목소리가 나오는 영상이 안 보인다.

아가가 태어난 이후로 사진이 많아 하나씩 지워두고 업로드시켜뒀는데 보이질 않는다.


친구들과의 웃고 떠드는 사진, 우리 부부의 흔들린 여행 사진, 아가의 일상 사진... 모두 다 남아있는데 목소리가 담긴 영상이 없다니...  

내일 아침, 남편한테 들려줄 아버님 목소리가 어딘가 있을 텐데...                  

작가의 이전글 아버님과 아가와의 백일 사진은 왜 남겨놓지 않았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