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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Aug 23. 2022

언제 혼자 식사를 하나요?

혼자 식사를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리운 시간이 있었어요.

아이가 많이 어릴 때는 자기 몸을 못 챙기는 아이를 놓고 어딜 가는 게 어렵더군요.

아이가 커서는  "엄마 여기 봐봐" 말하며 때론 예쁘게 때론 고집스럽게 부르는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즐겁기도 버거울 때도 있답니다.


아이가 3살 즈음이었을까요.

남편은 퇴근이 늦고 아이는 밤에 잠을 늦게 자니 둘이 산책이나 해야겠다 싶어 유모차를 끌고 길을 나섰어요.

배는 고파오고 먹을 데는 많아도 우리 둘이 가기엔 버거운 곳이 많았지요.

두리번두리번 찾다가 비교적 손님이 적은 초밥집으로 갔답니다.


엄마인 나는 평소에 자주 먹던 것이 아니라 모듬초밥 세트를 먹고 아이는 세트에 몇 가지를 계란초밥으로 부탁드렸어요.

아마도 작은 우동도 하나 시켰던 걸로 기억되어요.

아이가 손님들에게 불편함을 주는걸 아닐까 싶어 열심히 씹어먹고 아이가 칭얼거리지 전에 얼른 발걸음을 옮겼네요.


"아, 오늘 초밥 먹었다" 생각하곤 그 한주를 버틴 것 같습니다.


육아가 어렵다 느껴지는 건 왜일까 생각해봤어요.

예전 같으면 초밥 그거 원할 때 먹는 음식인데 이렇게 큰 마음먹어야 하고 아이와 함께는 삼겹살 굽는 냄새에 마음이 동요되어선 안됩니다.


그런 저에게도 조금씩 자유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오랜만에 병원 진료를 받고 근처에 튀김 덮밥, 텐동이라 불리는 음식을 먹었습니다.


생선, 해산물, 야채 등을 튀겨 밥 위에 수북이 올려둔 음식인데 어쩌면 느끼하다 생각한 음식이 한입 깨물었을 때 느껴지는 아삭아삭한 식감이란!


나는 음식을 먹었을 뿐이데 나의 추억이 살아 찾아오는 느낌이었답니다.


조용하고 반듯한 가게가 나의 영감을 살려준 듯도 하고요.


엄마로 직장인으로 매일 살아가는 것이 때론 지치지만 오늘 먹은 음식은 먼 훗날 나의 하루를 기억하는 맛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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