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지난주 지인 방문으로 정신없던 중에 부동산 팀장님으로부터 집을 보러 온다는 전화를 받지 못한 이후 조금 예민해져 있었다.
“오늘 도현이를 만났는데 지인이 마침 집을 알아보는데 우리 집 쪽도 알아보더라고, 알아보는 평수도 우리 집이랑 비슷해. 훈이가 우리 집 괜찮다고 얘기해놨데, 그래서 마침 오늘 2시쯤에 들린데”
지금 시각이 11시, 3시간 후면 온다고 하니 아가를 얼른 재우고 집을 치워야겠다.
“알겠어, 우리 집 팔리려나 봐! 내가 깨끗하게 정리해두게”
지난주에 올 사람이 못 왔지만 오늘 올 사람이 우리 집의 주인이 되려나, 아가를 바운서(아가 의자)에 앉혀두고 열심히 쓸고 닦고 집을 넓어 보이게 정리했다.
구석구석 내가 못 보는 사이 곰팡이도 조금 닦아주고 바닥에 머리카락도 정리했다. 현관에 세워둔 유모차로 집에 오는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게 미리 방으로 옮겨두었다.
청소하려고 보니 세탁실에 거의 다 쓴 세제 통, 오래된 늙은 호박, 먹지 않는 고구마, 시댁에서 받아온 플라스틱 통... 자리를 찾고 비워주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마음이 너무 후련했다. 아가는 이제 자신을 안아주고 봐 달라고 울기 시작했다.
허리에 힙시트를 장착하고 다시 정리를 시작했다. 주방에 아가 분유 타는 곳에 생긴 얼룩을 닦아주고 닦아둔 반찬통도 자리를 찾고 쓰다 남은 비닐도 넣어주었다.
알고 보면 정리하는 데 얼마 안 걸리는데 아가랑 있으면 5분 걸리는 것이 30분은 걸리는 듯하다. 이상하게 아가랑 있으면 혼자 할 때보다 오래 걸린다.
정리를 열심히 하는데 아직도 한참이다. 게다가 배고프다고 운다.
아가 수유를 하고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현아, 오늘 집 보러 온다며, 언제쯤 와?”
“언니, 그 언니가 지금 밥 먹고 있데요, 연락 오면 갈게요”
“그래, 연락하고 와”
아직 집 정리가 덜 되어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이제 남편 방에 있는 옷들과 잡동사니를 버리고 한쪽으로 모아두어야 하겠다.
뭐가 이렇게 많은지... 버리지 못한 내 옷과 아가 옷들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정리를 모두 끝낸 후에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영상으로 우리 집을 보여줬다.
“언제 이렇게 했어?”
“응, 아가 보면서 틈틈이 했어, 깨끗해졌지?”
“대단하다~ 보면 당장 계약하자고 하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보기에도 정말 깨끗한 것 같아. 아가 있는 집 치고 이 정도 정리하면 깨끗한 거 아닐까?
게다가 우리 집은 못질 하나도 안 하고 깨끗하게 사용해 자신이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연락이 오질 않아 다시 연락하려나 카톡을 봤다.
오늘 조금 늦게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은지 묻는 말이었다. 난 당연히 괜찮고 집 보러 온다고 해서 정리도 다 해두었다고 꼭 오라고 했다.
그런데 집에 일이 생겨서 다시 집으로 갔단다... 이런... 아가도 제대로 못 보고 정리해두었는데 오늘 오질 못하다니... 너무 아쉽고 아쉽다.
속상한 마음 한가득이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 배웠다.
집 파는 게 쉬운 게 아니구나. 게다가 아가 데리고 이사라니...
이사 준비로 집정리 프로젝트 참여, 그 첫날 / 지인이 오면 대접하려고 떡도 준비해둔 식탁까지. - 우여곡절 끝에 새 집으로 이사했어요.
다음에는 이사한 이야기도 남겨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