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이란 단어는 언제 생겨난 걸까?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가 있어도 화면에서 보는 것에 만족하고 명품을 사려고 매장 앞에 줄 서본 적이 없었다.
엄마가 된 인생은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거라 생각을 하지만 새벽 7시 소아과 오픈런이라니...
지난주, 병원 앞에 8시 10분에 도착했을 때 내 앞으로 99명이 있는 것을 보곤 다음엔 더 이른 시간에 오겠다 생각했다.
새벽 7시가 안 되어 집을 나서며 너무 빨리 가는 건 아니겠지 생각했는데 이번엔 내 앞으로 14명이 서있었다.
소아과 접수대기를 하는 시간은 오전 8시 30분, 문이 열리기 전까지 덥디 더운 건물 복도에서 기다려야 한다. 나는 다행히 아이가 자고 있어 남편에게 맡기고 혼자 나왔지만 아이가 아픈데 돌봐줄 사람이 없다면 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내가 거주하는 지역은 신혼부부가 많은 신도시라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 아파트 단지에 있으면 시끌벅적 아이들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그래서인지 아이와 함께 방문할 곳이 많고 가까운 곳에 공원이 많다는 게 장점, 단점이라면 대중교통이 약간 불편한 것이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거주하고 있었다.
다만, 요즈음 느끼는 것은 아이와 함께 소아과를 가야 할 때를 제외하곤 말이다.
소아과 오픈런을 위해 아침 6시에 병원 앞에서 대기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꼭 그 병원을 가야 할까? 생각한 적이 있다.
어느 동네 소아과 2번방 선생님이 진료를 잘 본다고 하니 궁금한 적도 있는데 당시에는 집에서 거리가 있으니 아이를 어떻게 데려갈 것이며 집에 올 때도 불편하니까...라는 이유로 가지 않았다.
게다가 아이는 이제 6살이라 이비인후과로 진료를 다니기도 하고 병원을 사흘이 멀다 하고 다니던 시기는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침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이비인후과에서 약을 한참이나 먹어도 좋아지질 않아 다른 눈으로 봐줄 시선이 필요하다.
올해만 해도 종종 걸리는 코감기, 아구창, 바닷가에 갔다가 손이 찢긴 상처까지... 불편하게도자주 아픈 아이를 바라보며 자격지심 같은 것이 생기고 있다. 엄마인 내가 직장에서 풀타임 근무를 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아플 일인가.
오픈런하는 소아과를 다니다가 다른 병원을 다닌 적도 있다. 이 병원을 다녔다가 약 봉투를 들고 다른 병원을 찾아가는 나를 두고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는 존재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아이의 나아지지 않는 기침을 가만 두고 있기보다는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마침, 소아과 검진에서 한 검사결과가 날아왔다.
Mycoplasma당첨! 원인을 찾았으니 약 잘 먹고 잘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