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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Apr 14. 2020

엄마표 봄동김치

창밖은 완연한 봄날이다.
새싹은 파릇파릇 돋아있을 것만 같고 고양이도 봄햇살에 늘어지게 낮잠 자고 있을 것 같은 하루다.
이렇게 내 마음이 따뜻한 건 아마도 엄마 김치를 먹어서일까.


며칠 전,  오랜만에 엄마가 집에 오셨다.
양손에는 봄동 한 꾸러미와 각종 야채와 반찬거리가 가득이었다.
내가 겉절이를 좋아한다고 하니 봄동을 가져와 소금에 절여 고춧가루를 넣고 봄동 김치를 만들어 주셨다.
“오늘 밤은 식탁에 놔두고 내일 오후쯤 냉장고에 넣어둬”
“네 엄마~”
기분이 좋아 한껏 들뜬 목소리로 대답하며 봄동 김치 맛이 어떨지 기대가 되었다.
냉동실에서 곰탕을 꺼내 끓여본다.
보글보글 거품이 이는 냄비에 파 송송 썰어두고 봄동 김치와 함께 먹으면 꿀맛 이리라.
“후~후”


드디어 한 입 먹으려는 순간, “으~아아아 앙”
아이참, 조금 전 재워둔 우리 아가가 우는 소리다.
잘 재운다고 나왔는데 선잠이 들었나 보다.
뜨끈한 곰탕 국물을 다 식고 먹을 순 없지. 아가를 내 품에 안고 식탁에 앉아본다.
“아 행복해, 봄동 김치에 먹어보는 곰탕이란!”
뜨거운 국물에 아가가 다칠까 두입 먹고는 다시 육아하러 간다.


아가랑 책도 읽고 안아주고 노래도 불러주며 아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면 아가는 다시 혼자서 놀이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시간에는 나 혼자 엄마가 만들어준 봄동김치 먹고 사랑을 채우고 책도 읽는다.

사진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여 가져왔어요.

이게 나의 육아법이다.
아가에게 사랑을 주되 나의 사랑도 마음속에 만들어 두는 것...
오늘도 나의 사랑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모아둔다.
그래서 이 사랑이 필요한 이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준다.


아가를 낳은 지인에게도 따뜻한 말 한마디, 퇴근 후 지쳐있는 남편에게도 한 마디, 코로나 사태에 마스크가 없어 마음이 뾰족해진 지인에게는 집에 여분으로 남겨둔 마스크와 함께 마음을 보낸다.
그리고 혼자서 다짐한다.
내가 받고 싶은 사랑을 다른 이들도 받고 싶겠지.
마음에 사랑이 없다면 뽀죡한 마음이 더욱 서로를 찌르겠지.
그 마음이 찌르기 전에 사랑으로 채워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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