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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Apr 25. 2020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려워

7개월 아기 엄마,  남편의 아내,
그리고 남편을 잃은 시어머니를 둔 며느리.
어느새 아버님이 돌아가신 지 90여 일이 지났다.

그 사이 살고 있던 집은 어머님 댁 근처로 이사를 왔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혼자되신 어머님과 가까워져 마음이 한결 가볍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느라 지인들 모임이 줄었고 직장을 다니지 않는 내가 맘 편히 갈 수 있는 곳은 어머님이 계신 시댁이다.
 
어머님도 우리가 가는 것이 마음에 드시는지 갈 때마다 맛있는 것을 해주신다.
어느 날에는 잠깐식 아기도 봐주시며 그 사이 근사한 저녁식사까지 해주시니 황송한 마음이 들었다.
 
결혼 전에나 후에나 일을 하던 내가 할 수 있는 요리 메뉴가 몇 가지 안되는 데다 아기가 있는 요즈음 더더욱 요리는 나와는 거리가 멀다.

 매 끼니 무얼 먹을까 고민하던 내가 요즘은 따뜻한 밥 한 그릇, 뜨거운 찌개에 감동하며 어머님이 지어주신 밥을 먹고 있다.
 
매번 얻어먹기가 죄송스러워 "어머님 다음에는 제가 꼭 맛있는 식사 준비할게요" 말하며 마음을 전 했다.

어머님은 내가 말을 참 잘한다고 하셨지만 일을 못하면 말이라도 예쁘게 해야 하는 법이다.
 
황금 같은 주말 저녁, 남편이 어머님이랑 저녁 식사하자 길래 그러자 했다.
실은 일주일에 2,3번 이상은 함께 식사를 하니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어머님이 우리 가족이 있는 카톡방에서 "오늘 저녁은 내가 쏜다, 갈비탕이랑 냉면 먹으러 가자 " 며 말하셨다.
아기가 있으니 외식이 어렵고 코로나로 집에서 식사하는 일이 잦다.


지난번 남편이 포장해 온 갈비탕과 냉면을 다 같이 맛있게 먹었는데 그걸 기억하신 듯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지만 어머님 마음에 시름을 잃는 거라면 안 할 수 없다.

내심 걱정은 되지만 당장은 우리 어머님이 먼저다.


아기를 데리고 우리 세 식구는 그 유명한 OO면옥, 사우나가 있는 냉면집이라니!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만 하는 건지 주차된 차량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사람 많은 식당에 아가를 데리고 가기 겁났는데 다행히 차에서 잠이 들어 먼저 올라가시라고 했다.
식사를 끝낸 남편이 나 대신 아기를 봐주고 뒤이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한참 후에나 먹을 수 있었지만 아기를 데리고 식당에 가지 않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질병에 약한 아기는 늘 조심해야 하는 존재다.
 
걱정스러운 내 생각과 달리 식당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2M 거리두기도 가능해 보였다.
 
냉면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사우나 복을 입은 사람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어머니 저 사람들은 사우나하고 왔나 봐요"
"그런가 보다"
"이런 시기에 사우나라니..."
"사우나는 뜨거워서 괜찮다더라"
"설마요, 어머니 지난번에 뉴스에 어느 사우나 갔다가 코로나 걸렸다는 걸 봤어요"
"그러니?"
 
우리의 이야기는 코로나 이야기를 한참 하다 나왔다.
 
냉면도 갈비탕도 역시 외식으로 먹으니 꿀맛이고 아기 없이 먹으니 허겁지겁 먹지 않아서 좋았다.
 
그나저나 코로나 19는 언제 잡히려나.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하라는데 아기가 있는 나는 어쩔 수 없지만 학교를 가는 아이들이 있는 집이나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나 고생하시는 의료진이나... 정말 끝이 보이지 않음이 속상할 듯하다.
 
코로나야, 이제 안녕해도 될듯해

어서 우리 제자리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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