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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Oct 28. 2020

복직, 시어머니에게 아기 맡기기

흔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우리집 아기도 드디어 어머님 댁으로 출퇴근을 하기로 했다.


아기는 엄마인 내가 복직을 하기 전에도 주 1회는 기본, 운전 연수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에는 주 3회 이상 할머니 댁으로 놀러 다녔다.

보통은 아침 10시에 놀러 가 오후 늦게 돌아오거나 오후 시간에 찾아가 함께 저녁을 먹고 돌아오기도 했다.

어머님의 컨디션이나 상황에 따라 산책을 갔다 잠시 들리기도 하고 오래 머물기도 했다.


혼자되신 어머님이 적적해하실까 싶어 어머님 댁 근처로 이사한 이후로는 육아로 지칠때마다 찾아갔던 곳에서 아기가 돌이 지나고 아장아장 걷고 방긋 웃는 모습에 시어머님은 웃음을 되찾고 계셨다.


복직을 하게 되면서 하루 종일 아기를 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어린이집에서 하원 후 저녁시간 전까지만 봐주시길 부탁드렸는데 어머님은 아기를 어린이집으로 보내기 아깝다 하셨다.

새 물건을 남에게 보내는 것 같다는 어머님의 말씀에서 손주 사랑이 느껴졌다.


가려고 했던 어린이집이 못 미더웠던 것도 있고 허전한 마음이 아기로 채워지시는 어머님의 일상을 뺏기가 어려워 알겠다고 했다.


처음부터 알겠다 한 것은 아니다, 육아로 어머님이 힘들어지시면 회사에 출근하는 나도 남편도 움직이기가 어려워 어머님의 육아 시간은 최소한으로 하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혹여나 아기가 고열로 아프거나 집에서 지내고 싶거나 하면 할머니 댁으로 가면 좋겠다 싶어 평일에는 오후 늦게, 특별한 일이 생기면 하루 정도는 맡아주시면 좋겠다 싶었다.

복직 첫날, 할머니 집에 여러 번 드나들며 엄마 다음으로 자주 만나고 집안 곳곳 이곳저곳 만질 수 있는 특혜를 가진 아기는 처음으로 엄마와 헤어질 때 으앙 울음을 터트렸다.

그동안에는 엄마랑 헤어지는 걸 모르는 걸까 의심이 될 만큼 방긋 웃고 신경도 쓰지 않던 우리의 헤어짐이 이었다.

아기의 울먹이는 얼굴이 출근하는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큰 적응기간없이 아기의 건강 염려도 하지 않아도 괜찮았고 그동안 믿고 맡기던 어머님과 함께 하기에 아기의 안정적인 심리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복직 후 출근 며칠 째, 늦은 오후쯤 영상통화로 아기와 얼굴을 보고 나면 얼른 퇴근하고 싶어 진다.

내가 어떤 특혜를 누리자고 돌 지난 아기를 떼고 남의 아기를 봐주고 있는 걸까, 후회스러울 때도 있지만 혼자 있을 때 어깨를 펴고 배에 힘을 주고 걸을 수 있다는 것, 아기 없이 나만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하다.


- 복직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쓰도록 할께요.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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