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휴가를 가져갔나요

-워킹맘 일상

by 하얀곰

드디어 내가 원하던 휴가날이 다가왔다.

연차 날이 오면 알림장에 미리 안내를 하게 된다.

"00은 000 교사의 연차휴가... 000 교사와 000 교사가 꽃잎반 친구들과 함께 하게 됩니다. 참고해주세요"라고...

그리고 맡은 업무는 휴가 전날까지 모두 끝내 놓고 오는 게 마음이 편하다.

아가씨 때에는 짐을 싸들고 집으로 가도 언제든 펼쳐서 할 수 있고 자고 일어나 느긋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엄마가 된 이상은 쉬는 날, 그건 내 휴가가 아니게 되었다.


아기를 어린이집에라도 보내면 모르겠지만 조부모님께 맡기는 날은 아기를 내가 데리고 있어야 죄송스러운 그 마음을 덜어낼 수 있다.


워킹맘의 휴가는 이렇게 시작된다.

혹시라도 모를 업무를 새벽에 일어나 끝낸다.

아기의 아침밥과 미안한 남편의 과일 한쪽을 챙긴다.

아기의 아침밥을 먹이며 나도 한입 뺏어먹고 느긋하게 집에서 놀거나 부지런히 아기의 옷을 입혀 산책을 가거나 평일에 일하느라 가지 못했던 병원을 다녀오는 일상이 시작된다.


엄마는 휴가날 더 바쁜 듯하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은행 업무를 본다거나 집안 청소를 한다거나 밀린 빨래 등등... 집안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를 늘어지게 놔두질 않는다.

매의 눈으로 집 먼지를 슥슥 닦고 바닥도 청소하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안한 걸 느낄 수 있다.


나도 처음부터 이런 것은 아니었다.

쉬는 날, 집이 깨끗해야 집에서 일할 맛도 생기니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이제야 집안일이 재밌어졌는데 아기의 점심밥을 챙기고 나도 한입 털어 넣고 나면 아기의 낮잠시간, 달콤한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간식, 간식이 끝나고 나면 조금 놀다가 다시 저녁 식사시간이다.

무언갈 치울 시간도 없을만큼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돌 밥"이란 단어가 있다던데...

"돌아서면 밥"인 걸까...

쉬는 날 하루 이틀 밥 하고 챙기는 것도 힘든데 전업 엄마는 어떨까, 아...

어쩌면 육아맘, 워킹맘 그 어느 누구도 힘듬을 가늠하는 건 저울의 달린 추의 모양만 다를뿐 무게는 같을지도 모르겠다.

엄마라는 무게가 언제쯤 가벼워질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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