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리뷰, 비록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내가 한평생 '답'이라고, '정의'라고 혹은 '인생 전부'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들을 부정당하고 나아가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은 언제나 어렵기만 하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면하는 일처럼 말이다.
이 책은 어류학자 '데이비드 조던'의 일대기를 파헤쳐 가며 자신의 내면과 삶의 의미를 찾고자 말 그대로 최선을 다했던 저자의 이야기이다. 데이비드 조던의 일대기와 저자의 일대기가 함께 나오는 액자식 구성 때문에 이게 에세이인지, 전기인지, SF 소설인지, 그 정체성을 쉽게 정의 내리지 못하게 하는데, 이러한 점이 어려운 와중에 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저자의 아버지는 늘 저자 자매를 두고서 "우주 앞에서 인간은 아무런 중요성을 지니지 못하는 아주 작은 존재"라며 습관적으로 이야기하곤 했다. 이와 같은 아버지의 말은 매번 저자에게 '그렇다면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생각과 함께 세상 속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의구심과 호기심을 품게 했다. 한편 저자가 줄곧 좇아온 데이비드 조던은 그의 아버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사람이었다. 물고기 하나하나에 이름표를 달아 모아둔 병이 쏟아져 남아 있는 것들에 다시금 이름표를 달고 병을 채워야 했을 때, 지진으로 인해 또 한 번 물고기들이 내동댕이쳐졌을 때도, 데이비드 조던이 가히 놀라울 만큼의 초연함과 집중력을 보이며 자꾸만 전복을 시도하려 하는 자신의 세계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분류, 계층, 상하, 질서, 정의, 그의 인생에는 모든 게 분명하고 확실한 것뿐이었다. 저자는 인간의 무가치성에 대한 아버지의 말과 상충되는, 인간으로서 그의 끝없는 자기 확신의 행적들을 발견할 때마다 풀리지 않는 찝찝함만을 느꼈다. 그럼에도 그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방황에 쏟은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데이비드 조던의 발자취를 파고들었고 그러면서 새로이 알게 되는, 놀라운 사실들이 꽤나 상당했다.
여러 면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데이비드 조던의 삶과 이 과정에서 드러난 저자의 태도 변화를 통해 헛똑똑이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내가 하는 일이, 내가 하는 생각이, 그리고 내가 선택하는 모든 게 최선이라는 생각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태도이기는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인 것처럼 '최선'이라는 늪에 빠져 양옆을 볼 수 없고 뒤를 돌아보지 못하면 영영 놓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것들의 존재와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세상에서 진정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아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넘어 이 세계를 바라보게 한다.
세상은 늘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광활하고 신기하고 그래서 끝내 알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을 두고 이 책에서는 "다른 세계는 있지만, 그것은 이 세계 안에 있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그어진 선, 정해져 있는 사실 너머로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중요한 사실들이 많다는 것. 진보와 과학과 직관은 중요한 동시에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함부로 확신하고 단언하지 말아야 할 것.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한 사실은 우리를 어마어마한 또 다른 사실로 이끌 것이다. 그리고 그건 때로는 버거울 수도, 때로는 재미 있을 수도, 때로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뭐가 됐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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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2021년 12월 상반기 베스트셀러는 물론 현재까지 그 영향력이 대단한, 끝날 때까지 끝난 이야기가 아닌 책으로도 유명하다. 읽다 보면 처음부터 중간까지는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내용보다 그러기 힘든 내용들이 더 많다. 나 또한 이 책을 산 지 약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읽기 시작한 것 또한 거의 1년이 되었을 만큼 위기가 많았다. 하지만 입소문이 나는 데는 그에 따른 이유가 있는 법이라는 것을 어제부로 드디어 이 책을 완독하고 깨달았다. 그러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또 있다면 (분명 있을 것이다) 꼭 포기하지 말고 읽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