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존재에 관한 고찰

여름은, 왜 이름도 '여름' 인걸까?


집에서 운동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생각이냐 하면, '여름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거다.


사실은 '어제 운동을 했기 때문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오늘은 운동을 하지 않을 마음에 가까웠다. 그냥 적당히 스트레칭하다가 적당히 씻고 적당히 잠에 드는 루틴을 생각했는데, 무언가 격하게 하지를 않아도 한 시간에 한 번씩은 꼭 흘러주던 땀 덕분에 그 계획이 변하고 말았다! 이왕 찝찝해진 김에 가만히 앉아 의미 없이 땀 흘리고 짜증 날 바에는 차라리 운동으로 땀을 더 흘리고 기분이라도 좋아지자는 생각에 결국 운동을 하게 된 거다.


운동으로 얻을 수 있는 땀은 그나마 '흐른다고 해서 다 같은 땀은 아니다!'라는 식의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데 이건 땀이 내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땀을 흘린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지기에 나름 괜찮기 때문이다. 뭐,, 일종의 주체성 확보(?)를 위한 발버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건 덥지 않았다면, 그래서 땀을 크게 흘리지만 않았더라면 분명 이렇게까지 운동을 해서 땀의 끝장을 봐야겠다는 생각까지는 안 갔을 거니까 어쨌든 다 여름의 더위 탓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아무튼 기승전결여름탓이라는 거다. (사실 그냥 여름이 싫다는 말을 여러 가지로 하고 있는 거다.)


여름, 여름,, 여름,,, 왜 이름도 '여름'인 걸까?


이리 보고, 요리 보고, 저리 봐도 여름은 별로다. 코로나 하나만으로도 벅찬 이 상황에, 여름은 눈치도 없이 태풍 바비까지 데려와 우리를 두 배로 힘들게 만들었고, 이제는 벗고 있는 것보다 쓰고 있는 게 더 마음 편한 마스크 속의 피부를 온갖 땀 범벅의 엉망진창인 상태로 만들고 있으며 내가 있는 이곳이 혹시 수중은 아닌가? 하는 오해가 들 만큼, 지나칠 정도로 많은 수증기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미 지난 7월, 전국 각지로 홍수 피해를 가져다준 것을 생각하여 이 시국에 눈치도 좀 봐 가며 하나만 했으면 좋겠는 여름인데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맴돈다는 처서가 지나도록 쌀쌀한 기운은커녕 ,,,,,,,,,,,(말잇못). 정말이지 여름은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는 것 같다. 뭐든 너무 지나쳐 버리니 말이다. 지나치게 덥고, 지나치게 습하고, 지나치게 비가 내리고, 정도를 모르는 계절. 좀 정도라는 것 좀 있고 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여름 같은 사람은 만나지도, 되지도 말아야겠다. (문득 나는 봄에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 어디서 봤는데 사람은 자기가 태어난 계절에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뭐 물증도 없고 논리도 없으나 듣기에 로맨틱한 말이라고 생각한 나는,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 말을 기억한다. 만약 내가 여름에 태어났는데, 여름을 미워하면 슬프기보다는 뭐 조금 씁쓸했을 것 같다.)


이상 - 9월이 다 돼가는데도 떠날 생각이 없는, 일상 곳곳에 묻어 있는 여름을 두고 생각이 많아져 쓰게 된 지금은 이러고 있지만, 어느새 정신 차리고 보면 여름은 없고 가을이 와 있겠지?


그러고 보면 여름은 참 도둑놈 같은 면모도 있다. 생각해보면 떠날 때 가장 많은 것을 갖고 가버리면서도 후유증을 또 남겨 두니까 - 내가 가을이 아픈 이유 -






연이은 장마에, 높은 습도에, 시국인 시국인 상황과 맞물려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진 개인의 여름에 관한 주저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은 상당히 주관적이며 여름을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취향까지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모든 취향을 존중합니다! ;)


다만 저는,, 여름이 끝나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름이 싫은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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