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없는 답에 관하여
가끔씩 '왜 하필이면 그때, 그렇게 되었어야만 했던 걸까?' 싶은 일들에 관해 생각한다. 완전한 우연은 아닌 것이 또 완전한 필연은 아닌 것 같은, 우연과 필연 그 어디쯤에서 방황을 하다 그 시간이 못내 지겨워져 멋대로 일어나버린 것만 같은 일들 말이다. 이를테면 상사병밖에 남은 것이 없었던 어떤 눈 맞춤이라던가, 혹은 끝내 이별로 귀결된 아주 사소한 말다툼이라던가, 혹은 기어코 생의 마지막에 다다르게 한 사건에 관한.
누구의 잘못이라고 하기에도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해서 결국에는 탓할 사람도 없이 모두의 상처가 되었거나, 트라우마가 되었거나, 운이 좋았다면 그때 한정 아팠던 기억으로 기억되거나 할 것이다.
가끔 질문을 한다고 했지만, 그 빈도수만큼 가볍고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삶이라는 게 애초에 정해진 게 하나 없는 세계라고 해도 억울하고, 그렇다고 어느 정도 정해진 것들이 있는 세계라고 해도 억울한 문제가 되니까. 완벽한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운명론을 받아들이는 입장으로서 나는, 매번 이 생각들에 답을 내릴 수 없었고 또다시 생각을 하게 된 지금, 여전히 그 답은 없다. 이 모든 것들은 사실, 말하자면 결과론적인 입장에서 서술될 뿐이다.
다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는데 어쩌면 그 반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오늘 당장 행복해도 내일 행복할 수 없을 수도 있는 게 삶인데 인생이 이러한 것들의 연속이라면, 후자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은 까닭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