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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름이 뭐니?' 말고 '너는 MBTI가 뭐니?'

이제는 하다 하다 'MBTI'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나왔다는데


얼마 전,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의해 ‘너는 MBTI가 뭐야?’라는 제목의 시리즈 영상들을 보게 되었다. 가장 많은 조회 수와 댓글 수는 각각 9.4만 회와 900개를 기록했고, 평균적으로는 3만 회와 400개의 댓글 수를 기록하고 있다. ‘ESTJ'에서부터 'ENTP', 'INFP' 등 MBTI요소의 조합별로 다양한 유형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며 각각의 인물이 그들의 MBTI에 따라 같은 경험을 어떻게 다르게 받아들이는 잘 담은 영상들이었다.


이를 통해 그토록 가깝고, 친하다고 하는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미묘한 갈등과 이해관계는 왜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에 관해 유쾌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출처: 유튜브 MBTI 웹드라마, 믑티

주인공이 ‘나’와 같은 MBTI라는 사실은,  타인은 영상을 끝까지 보지 않더라도 나만은 그 영상에 주목해야만 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는데 이를 통해 평소 나의 주된 태도와 행동에 관한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주인공과의 심리적 연대를 통한 ‘공감’이 가능해짐으로써 나의 성격에 관해 고민하고 회의하며 생긴 물음표들이 사실상 마침표로 바뀌고 마는 순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두드러지는데 오늘날 젊은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나 ‘는 어떤 사람이고, 언제, 어떻게 행동하며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등의 질문들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자신의 장단점, 취향, 특징 등을 구체적이면서도 섬세하게 가시화해주는 MBTI가 당연히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온전한 ‘개인’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어쨌든 결국 타인의 관점과 정의로부터 충족될 수 있음을 드러내기에 딜레마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한 까닭에 쉽게 과몰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위 콘텐츠 시청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영상 속 주인공들의 행동이 사실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것임에도 이는 간과한 채 정당화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를테면 'ENTP'인 한 주인공은 MBTI에 따라 외향적이며 이성(사고형)적인 성격으로 등장한다. 그는 애인과 이별할 때 자신의 상황에만 너무 도취한 채, 세상 쿨한 이별을 선언하기도 하고, 친구와 대화를 하다 친구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상대방에게 답답함부터 드러내며 해결책에 관한 직언을 한다. 그 댓글에는 "완전 나랑 비슷하다"에서부터 "저게 우리만의 위로임, 그러니까 원래 저런 성격"이라는 격한 공감이 끊이지를 않았다.


물론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때로는 친근함의 표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방의 기분이 나쁘지 않을 때만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내 성향과 행동이 원래 이렇다’라는 사실들이 ‘나’를 설명하게 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MBTI 자체가 정확도가 줄곧 신뢰성의 측면에서 논란이 되어온 것을 고려했을 때, 그저 맞는 것은 맞는 것대로 가볍고 재미있게 받아들이면서도 주인공과 나의 상황을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왜, MBTI 이전까지 줄곧 유행했던 '혈액형별~' 에 관한 글처럼 세상에 절대적인 가치란 없는 한, 모든 것은 결국 상대적인 것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나와 내 가족 및 친구들이 어떤 성향에 ‘가까운’ 사람인지를 앎으로써 원활한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정도로만 의미를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재미로 보는 MBTI별 아파트 입주민 특/  난 역시 소설 읽으면서 반려동물 쓰다듬는 게 체질인가 보다..^^


MBTI에 관해 소소한 재미가 생긴 요즘, 다음 편은 MBTI계의 개복치 같은 유형이자 세월이 지나도 항상 그 자리에서 본인의 MBTI로 남을 것만 같은 'INFP'유형에 관한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고찰을 써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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