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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며들다 Feb 14. 2023

이 사람은 이혼하기에 정말 최악의 조건이야!

내 세상을 껴안으면 생기는 일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 한지 40일이 지났다.


2주에 한 번도 꾸역꾸역 써내기 일쑤였던 내가 무슨 초인적인 힘이 생겨서  매일 자발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짧은 양의 글이라도 그 글을 써내기 위해서는 매일 입체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그것을 꺼내어 언어로 변환해야 하고 좀 더 나은 표현은 없을까? 더 흥미를 끌 수는 없을까? 내 생각이 더 잘 전달될 수는 없을까? 하며 깎아내고 다듬어야 한다.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한다면 충분히 더 많은 성과를 낼수도 있을 것이다. 과정에 비해 결과는 별거 아닐 수 있지만,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은 내가 글을 씀으로 인해서 힘든 것보다 얻는 것들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몇 해 전 '해빙'이라는 책이 서점가를 한 창 장악했던 적이 있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오글거리는 전개 라며 읽으며 많이 투덜 거린 책이었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의외로 많은 독자들이 그 책에 열광했었다. 그 책은 '해빙', 말 그대로 가진 것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것엔 무엇이 있을까? 한번 적어 보았다. 눈에 보이는 것부터 남편, 첫째 아들, 둘째 아들, 셋째 딸, 노트북, 아이폰, 책(다 적으려면 날 새야 되는), 네임펜, 다이어리, 립글로스, 에코백, 형광펜, 지우개 청소기,책상 ...............…치약, 칫솔, 머리끈, 실핀 하나까지 다 언급하자면 입이 아프고 팔이 아픈, 그러고 보니 나는 어마하게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주변의 환경들, 친구들, 나와 마주하는 모든 것들 또한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이다. 있음에 집중하는 순간 나는 정말 수없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만큼 수없이 많은 것을 가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얼까? 그들이 가진 것보다 그 외적인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는 몇 평짜리에 산다더라." "누구네 남편은 연봉이 얼마라더라" "누구네 아들은 어느 대학에 붙었다 더라~" 하는 말을 하자면 수도 없이 많은,  내가 가진 것이 아닌 것이 중심이 되는 순간, 불행의 씨앗은 뿌리내리기 시작한다. 그 불행의 씨앗은 잭의 콩나무처럼 우리가 관심이라는 물을 주는 순간, 하룻 밤사이에도 하늘에 닿을 듯 자라낸다.그리고  그것이 자라는 속도만큼 내 행복의 지분은 줄어든다.



최근 신랑의 근무가 바뀌고 집에 한 대 있는 차를 번갈아 가면서 쓰다 보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땐 택시를 타다 보니 미터기 요금을 보지 않으려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오르는 택시비에 투덜 거리며 말하니 지인인 김필영 작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택시를 탈때면 이렇게 생각해요. 만원 한 장으로 내가 원하는 곳을 데려다주고 데리고 와주는 택시가 있어 저는 너무 감사하다고 말이예요~" 자신이 가진 세계를 감싸 안을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 좋은 에너지가 사람을 끌게 만든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의 성공은 덤이다.



내가 가진 것들을 내 세상이라고 본다면, 내가 가진, 내가 속하고 있는, 그 세상을 꼬옥 안아주는 일 만으로도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 그것은 물리적인 포옹이 될 수도 있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언어로써 감싸 안음이 될 수도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아이들을 꼬옥 안아 주며 한마디를 잊지 않고 더 건넨다.


"너는 너의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고, 충분히 사랑스러워~~"



그리고 요즘 나는 언어로 내 하루를 감싸 안는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커피 시켰다는 말보다,

 "여유로운 오전을 주문했어요~"

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부른다.

비가 오면, 우산 준비해야 되어 귀찮다는 말보다

 "하늘에서 큰 물조리로 생명들에 물 주시는 시간인가 보다~" 라고 하고,

아이들이 재잘재잘 떠들 때면 시끄럽다는 말보다

 "또또또 이렇게 귀엽게 하기냐 너희들!! 저녁이니 더 이상 그만 귀여워도 돼~"라면 잠재운다.

우리 남편은 단점 보다 장점에 집중하다 보면 세상에 이런 괜찮은 사람이 없다.

"나는 진짜 이혼하고 싶은데 이 사람이 말이지 이혼하기엔 최악의 조건이야~!" 라는 말이 떠오른다.



남을 위해 하는 좋은 말은 결국 내가 듣는다. 감싸 안으면 감싸 안긴 그들도 행복하지만 감싸 안는 내가 제일 행복하다. 그리고 매일이 행복한 사람은 무엇을 하든 결국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다. 오늘도 내가 가진 세상을 두 팔 벌려 한가득 안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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