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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며들다 Feb 07. 2023

주꾸미라고 하는 사람이 주꾸미

작은 키 라도 괜찮아


"야! 이 주꾸미 주제에!"


"친구 ㅇㅇ이가 나 보고 이렇게 말했어!"


"그 친구가 하린이를 보고 주꾸미라고 놀렸다는 거지? 우리 하린이 속상했겠구나! 그런데 그 친구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내가 키가 작으니깐 주꾸미라고 놀렸어."


아이가 또래에 비해 작다 보니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그 어린아이들 눈에도 우리 딸은 많이 작아 보였는지 방학이 지나고 만난 친구가 "너는 방학 때 안 크고 뭐 했니?"라는 말을 해서 속상했다고도 했다.


유아들의 세계는 그 너머의 힘을 보는 눈이 약하기에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 눈에 보이는 것들이 타깃이 될 때가 많다. 그러한 아이들 눈에 유독 작은 친구인 딸아이가 또래들의 놀림거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그렇구나! 그래서 하린이는 그 친구에게 어떻게 말해줬어?"


"그래서 내가 사람은 다 다르다고 했어.


세상 모든 사람은 다르니까. 키도 큰 사람 작은 사람 있는 거라고."


"나는 키가 작지만 그림을 잘 그려. 그리고 나는 키가 작지만 발은 작지 않아!"


"그래 하린이가 자신의 의견을 잘 전달했구나!"


이럴 때 정작 아이에게 보여 줄 것은 이 모든 일에 잘 대처하는 부모의 반응이다. 나는 아이가 작은 키로 놀림을 당하고 오더라도 거기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너 그래서 어쩌냐! 밥 많이 먹어야 큰다고 했지? 작으면 친구들이 무시한다!" 같은 말은 애당초 내 사전에는 넣지 않았다. 다정하게 "네가 키가 작으니깐 더 크게 영양제 먹어보자!" 하는 말도 하지 않는다. 영양제를 먹을 때는 너의 건강에 도움이 되기에 먹는다고 말을 한다.


"그런데 엄마 생각할수록 자꾸 화가 나! 나보고 주꾸미라고 하는 사람이 주꾸미 아니야?"


"그래 맞아. 사람의 겉모습 만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모습도 겉모습으로 밖에 판단할 수 없는 거야. 타인의 약점만을 보는 사람은 매일 만나는 자신의 약점은 더 쉽게 발견하게 되겠지? 그렇다면 하린이가 말한 것처럼 주꾸미라고 하는 사람이 결국 주꾸미가 되는 거야."


"하린이는 키가 작아서 불편한 적이 있었어?"


"난 불편하지 않아

난 상관 안 쓸 거야! (할 거야!)

하지만 좀 더 크면 좋을 것 같긴 해."


"키가 작은 것이 불편하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는 거야.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한번 생각해 보자."

"밥 잘 먹고 운동을 자주 하는 것?"


"그래 나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계속 들여다보려 하기보다 내가 가진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 뒤에 불편한 것은 개선하려고 하면 돼. 조금 더 영양가 있게 먹어 보고 키 크기 운동을 해보도록 하자. 하지만 세상에는 내가 노력한 만큼 안되는 일도 있어. 예를 들어 키라든지 외모라든지 나의 노력만으로 내가 원하는 만큼 바꿀 수 없는 부분들도 있어. 그렇기에 하린이도 타인의 바꿀 수 없는 부분을 놀리거나 탓하면 안 되는 것. 알겠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다 다르기 때문에 줄을 세울 순 없다. 세상 사람들이 다 다른데 그 기준점이 하나가 아닌데 누가 1등이고 꼴등이고, 누가 멋지고 안 멋지고, 이런 말은 애당초 성립이 안된다.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기에 세상은 조화롭고 흥미진진하다는 걸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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