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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 정 Aug 26. 2022

22.08.25

여름은 참 뜨겁고, 아프다



  생일이 껴있는 8월은 좋고 뜨거우며 아프기까지 한다. 마음이 아리는 달이다.

아무래도 한참 휴가를 가지 못했던 나를 보며 안타까워 했고 휴가가 없더라도 쉬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휴가를 줬다. 느닷없이 동생을 꼬드겨서 제주도를 향했다. 부모님 없이, 친구도 아닌 남동생과 떠난 제주도는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어른이 되어서 간 자율적인 여행이였다. 

  서툰 운전으로 해수욕장을 보고 숙소를 찾아갔고, 지나가다가 커피를 한 잔 사는 하루가 굉장히 신선했다. 이야기가 깊지도 길지도 않았던 동생과의 대화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서로에게 악하지도 정이 있던 편이라고 생각했던 남매사이는 좀 깊은 편이였다. 성산일출봉을 오르기 힘들어서 징징거리는 누나 옆에서 금방 간다고 말한 동생이나, 갈 곳을 정하지 못해서 머뭇대는 동생을 보며 내맘대로 가볼게 하며 이것저것 제시해본 누나나. 어쩌면 배려를 이미 하고 있던 건 아니였을지. 여정에 껴있는 생일에 많은 축하를 받으면서 몇몇은 물었다. 다음엔 반드시 '남자'랑 가라고. 나는 어이없는 듯 웃었지만 그 순간이 제일 아팠던 것 같았다. 




  나는 누군가를 만날 때 제법 열렬하게 좋아하는 편이였다. 옆 사람이 제일 귀엽고, 마음이 뜨거워지고 그만큼 상처도 많이 받았다. 헤어지게 될 때도 수많은 고민을 했다. 침대에서 한참을 울면서 옆사람을 놓아야하는 순간이 찾아오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끝까지 버텨보려 놓았다 잡았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놓아버리게 된다. 아마 그 땐 지쳐놓은 게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 사이에 옆사람도 지쳤을 것이다. 사람이 참 우습게도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고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생각한다. 처음과 끝을 아주 명확하게도. 

헤어지고 주변에서 들은 얘기로는 '자니?'를 시전하기도 하고 찾아오기도 한다라고 했었지만 나에게 운명적인 순간은 단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오히려 절절맸다. 아프단 얘기를 건네보기도 했고 보고싶단 얘기도 해보기도 했다. 그 말들이 전달된 것 같지는 않았다.

가끔은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기 전에 너무 많은 생각이 든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문제가 되기보다 잊어내고 덜어내는 것들이 해가 넘어갈수록 어려워짐에 머뭇거린다. 나의 10대도 여러가지 이유로 돌아보기 싫어하는데 20대도 돌아볼 수가 없다. 오로지 나만 있었던 순간이 없었기에. 그런데 30대의 일부도 그렇게 물들었다. 홀로서기를 더 단단히 했어야할까. 

  올해 생일은 다른 때보다 많은 선물소포들을 보면서 울어버렸다.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고 아직도 그리워하는데 차마 티를 내지 못하고 혼자서도 괜찮다, 내 단점들도 언젠가 덮어지는 어른이 되겠다 라며 다독였던 스스로가 무너지고 말았다. 사랑했었다 라고 말하고 싶은, 혹은 사랑하고 있었음을 말할 수 없음이 마음을 깊게 베었다. 당신도 그러할까, 이 긴 시간동안 단 한번도 되짚던 순간이 없었을까.


  누군가는 나의 솔직한 마음에 '그럴 수 있지. 좀 울래?'라고 물어봐주길 기대했던 것 같다. 그래서 괜히 씩씩한 척하다 한번씩 고장난 마음을 드러냈었다. 티가 잘 나지 않아서 결국 시덥지 않은 위로만 받았다. 한 땐 나에게 모든 계절이였던 당신이 곁에 끝까지 남아주길 빌었는데-. 


  이제 그만해야겠지, 라는 혼잣말을 곱씹었다. 오늘은 좀 울게 되더라도 나를 가만히 두어야겠다.




  글이 사실 도무지 길어지지 않는다. 더 아프지 않기 위해 문장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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