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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 정 Jul 26. 2022

22.07.25

변동의 시기

  6월 말에서 7월 초까지는 마음이 불편했고 7월 중반은 느닷없는 코로나의 공격과 때 아닌 손가락 상처로 잠시 다른 세계에 살다온 기분이었다. 갑작스러운 변동은 세계가 뒤집힌 것만 같았고 또 다른 '나'의 평행세계에 툭 하고 떨어져서 적응을 못하는 시기 같았다. 


  사람을 정리하는 일은 '끝'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없다가 몸이 아파지면서 잠시 마음을 돌볼 수 없을 때 명확하게 정리가 되곤 한다. 살도 빠지고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삶의 의욕이 처질즈음, 코로나에 걸렸다. 단순한 목감기인 줄 알았지만 땀을 흘리지 않던 내 이불은 한꺼번에 몰린 식은땀으로 푹 젖는 것으로 증상은 시작되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니 말을 아끼게 되고 많은 생각들을 갑자기 행동으로 옮기는 충동적인 상황은 줄었다. 한편으로는 점차 편안해지기도 했다. 나를 돌볼 수 있는 건 나 뿐이였구나. 약을 먹으면서 견뎌내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억지로 식사를 이어갔고 목소리가 더 나오지 않을까 괜히 한두마디 혼잣말을 뱉기도 했다. 또한 마음이 한번은 시키는대로 문자나 카톡을 보내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잊을만 했던 사람들은 뜬금없는 코로나 일기에 걱정과 위로를 보내주기도 했다. 

  올해는 유난히 새로 시작하는 일들이 많아서였을까, 그만큼 돌아서는 일들도 많았다. 가장 걱정되었던 건 일과 공부, 돈이였는데 생각보다 사람에 치였다. 일은 생각보다 순조로웠고 기회도 있었고 공부도 성적이 제법 나왔다. 돈은 넉넉하지는 않지만 모자라지 않게 버틸만큼은 있었다. 사람은 꽤 잃고 또 다시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 글이라기엔 부족하지만 일기도 가끔 이렇게 적곤 한다. 소설이나 시를 쓰기엔 턱없이 감이 떨어졌지만. 그런 생각들이 겹겹이 쌓이고 아픈 것도 조금씩 가라앉으니 토네이도가 지나가고 있어도 잘 버티겠거니 싶었다. 손가락이 다치기 전까지는,

  약 일주일 전쯤, 평소 잘 먹지 않았던 복숭아가 집에 있어서 그랬는지 잘 낫고 싶다는 전조증상으로 인한 것인지 과도를 들고 복숭아를 썰려고 집어들었다. 칼이 부분적으로 들지 않자, 순간 사고가 날 것만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기분탓이겠지, 라는 생각이 찰나가 스치면서 동시에 손가락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아프다보다 얼마나 또 응급상황인지 고민이 들었다. 상처를 만든 스스로를 속으로 탓했다. 피가 한참 멈추지 않아서 코로나 확진자로서 소동 아닌 소동을 겪었다. 구급차도 타고, 구급대원들의 걱정도 받고. 결국 과도에 베인 손가락 상처는 두바늘을 꿰매고서야 정리가 되었다. 코로나 격리가 끝나면서 좀 더 괜찮은 날들도 있겠거니 했는데 새로운 걱정을 안고 또 다른 힘든 이주일을 겪어야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기를 쓸 수 있도록 키보드는 두들길 수 있는 걸 보면 다행이다.


  이 다음 일기는, 조금 더 끈기 있게 쓸 수 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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