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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진짜 나로 살아갈 수 있다면

중국에서 만난 진짜 우정

중국 교환학생을 가기 전 내 상황은 복잡했다. 나를 혼자 키우시는 어머니의 고생이 보였고, 쉬지 않고 달려왔던 나는 지쳐 있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좌표를 잃은 비행기처럼 정처 없이 배회하고 있었다. 중국 산동성 지난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의 몸과 마음은 이미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하지만 복잡한 내 상황을 아는 사람은 몇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나는 여유롭고, 호위 호식하는 사람이었다. 그만큼 누군가에게 크게 마음을 여는데 서툴렀던 나였다. 그렇기에 중국에서 상처 받은 마음을 열 수 있게 될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들은 만난 것은, 외국인 유학생의 자기소개 자리였다. 갖은 편견에 사로잡힌 나에게 먼저 접근하는 그들이 부담스러운 나였다. 왜 나랑 친해지고 싶어 하지. 이유가 무엇이지. 그때의 나는 묘한 경계심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의 수많은 실패와 상처들은 나를 계속해서 괴롭혔다.

 

겉으로는 ‘핵인싸’로 통했지만, 나의 이면은 또 다른 모습을 갖고 있었다.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경계하고, 진짜 모습은 교묘하게 감춰가면 살아가던 나였다.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모습 이면에는 엄청나게 낯을 가리는 내가 있었고, 항상 쉬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 뒤에는 하루하루를 버티기 어려워 허덕이던 내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쉬이 누군가에게 드러내지 않았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누군가는 이런 내 모습에 지쳐 떠나가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곁을 지키는 사람에게 그만큼의 보답을 하지도 못했다.

 

“네가 한국에서 무엇을 했건, 부자이건 아니건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아. 너는 너일 뿐이야. 우리는 그런 너를 좋아할 뿐이야”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그들 앞에서 나의 경계심은 허물어졌고, 그들 앞에서는 진짜 본모습을 마음껏 보일 수 있었다. 때로는 스스로 못난 모습이라 감췄던 모습들에 웃는 그들을 보면서 정말 나로서 살아갈 수 있었다. 굳이 가면으로 감추지 않아도 되었기에 나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맥주 한 캔에 간단한 안주를 풀어놓고 밤새 이야기 꽃을 피웠던, 나의 모든 이야기를 풀어놓는 데 있어 부끄럼 없게 만들어줬던 그들과의 시간의 끝은 이별이었다.

 

“너는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야. 언제나 그 사실을 잊지 마. 그리고 우리도 잊지 말아 줘”

 

그들과 헤어지는 마지막 날 눈물을 흘렸다. 나를 나로서 살게 해 줬던 고마운 사람들. 나의 앞날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했던 나의 친구들. 이제는 각자의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과 밤새 이야기하던 그날 밤은 언제나 내 가슴속 구석에 생생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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