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사회 4

제4장

by 한승우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잠들어버렸다. 잠깐 쉬다 가려 했을 뿐인데.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 모르겠다.

오직 저 달과 별들만이 이 순간에 나와 함께했다. 너무도 평화로웠다. 나를 감싸는 밤공기는 차가웠지만 내 마음만큼은 따스한 온기로 가득했다.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왠지 그냥 이 자리에 머무르고 싶었다. 이번만큼은 내 마음을 따라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그 자리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저 까만 밤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달 하나와 그 주위를 지켜주는 수많은 별들. 참 아름답다. 지칠 대로 지친 나를 위로해주는 저 달과 별들. 이 까만 세상 속에서 나도 저렇게 아름답게 다른 동물들을 비춰주고 싶다. 다른 동물들을 위로해주고 싶다.

그런데 내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달리기도 잘 못 하는 다리도 2개뿐인 내가?

이 사회에서 작고 쓸모없는 존재일 뿐인 내가?

내 스스로가 너무 싫다. 내 몸이 너무 싫다.

나도 만약 사냥꾼들처럼 발이 네 개면 달리기를 잘할 수 있지 않을까?

3등급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차라리 죽어버리면 마음이 편하려나. 나는 지금 너무도 지쳤어.

더 이상 살아가고 싶지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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